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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5 04:32

천연덕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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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덕스럽게

 

 

아내가 캐나다에 있는 아들을 돌보러 가서 내 곁에 없은 지 62일째입니다. 조금 불편하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하고, 날이 흐린 날에는 우울감이 스며들려고도 하지만 나는 잘 버티고 있습니다. 아들을 돌보라고 나의 안락함 양보했지만 아내 없는 나는 성립이 안되는 것 같은 고독감을 잘 참아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저께는 아내와 산책하던 호수공원을 아내 없이 혼자 돌고 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같이 먹던 하드를 혼자 사먹기도 하고. 어제 저녁에는 아내와 둘이 나눠먹던 부추순대를 혼자 먹으니까 꼭 반이 남았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점심 식사 전에 키위 하나를 반으로 잘라서 티스푼으로 떠먹고 있는 나를 돌아보며 천연덕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점심 식후에는 커피 그라인더로 커피를 갈아서 모카포트에 넣고 인덕션에 올려 에스프레소 커피를 내리고, 어제 교회 바자회에서 구입한 텀블러에 얼음을 넣고 아이스커피를 만들어 먹는 내가 또 천연덕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의 정체성은 분명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와의 관계에서 정해지는데, 그리고 영적 성숙을 위해 오늘부터 6주간 시작하는 Tent Maker School이라는 선교훈련을 신청하여 저녁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나의 정체성이 아내에 의해 결정되는 삶을 살아온 것이 현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그 이전의 나의 삶은 아내를 만나기 위한 삶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천연덕스럽게텀블러에 든 아이스커피를 스트로로 빨아먹으며 아내와의 삶을 회상합니다. 신혼 초기에 ... 아이들을 키우며 ... IMF에 비싼 환율로 달러를 바꿔서 떠난 미국에서의 1년간 ... 그리고 단기선교라는 이름으로 필리핀에서 살던 1년간 ... 그리고 두 아들이 장성한 요즘. 그리고 직업 현장에서 은퇴하고 형제들과 작은 아들 근처에 이사와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려는 요즘까지. 앞의 여러 ... 안에 들어가는 수많은 인생의 편린(片鱗)...

 

그래도 아내가 보고싶습니다. ‘천연덕스럽게지내고 있는 내가 밉기도 합니다. 40여일이 지나면 아내가 돌아오는데 그때까지 그리움을 쌓아놓으려 합니다. 꾹꾹 눌러서 천연덕으로 포장을 하겠습니다. 그래도 오후에는 천연덕스럽게헬스를 하고 산책을 나가겠습니다. 사랑의 이름으로.(202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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