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사색

오늘:
69
어제:
189
전체:
1,933,308
2021.01.12 19:29

세 사람의 죽음

조회 수 7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세 사람의 죽음

 

 

작년(2020)의 일들입니다. 가까이 알고 지내던 두 사람의 죽음을 맞이하며 묵상을 해 보았습니다.

 

한 분은 저보다 꼭 10년 선배 교수님으로서 10년 전에 40여 년 간의 교직생활을 은퇴하시고 여러 가지로 분주하게 지내신 지 꼭 10년 만에(75세에) 죽음을 맞이하셨습니다. 은퇴 이전부터 악기를 새롭게 배우며 연습을 열심히 하여 독주회도 열고 여러 군데 봉사활동도 하며 지내셨으며, 건강이 좋아서 평생에 치과 한번 간 적이 없이 치아가 좋고 허리도 조금도 구부러지지 않았고 다리도 튼튼하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평소에 얘기하시기를, 주님이 나를 데려가신다면 예배를 드리다가 주님께 가고 싶다는 고백을 들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이 2020918일 수요예배 시간에 일어났습니다. 평상시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던 분인데, 수요예배 시간에 가족 찬양을 드릴 때 악기를 연주하시다가 갑자기 심장마비가 와서 쓰러지셨고, 그 앞에는 의사인 아들도 같이 예배 석상에 있었는데, 급작스럽게 일이 일어나 응급실로 모셨으나 도중에 소천하시고 말았습니다. 가족들은 전혀 예상도 못하다가 황당하게 일을 당했지만, 정작 본인은 예배 중에 악기로 찬양의 영광을 돌리다가 주님께로 가셨으니 복되다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로서는 뜻밖의 소식이었고 같이 활동하던 창조과학회 멤버들로서는 귀한 동역자를 한 분 잃게 된 일입니다.

 

또 한 분은 저보다 3살 적은 선교사님으로서 2006년 필리핀 단기선교에 가서 처음 만났습니다. 필리핀에서 같이 1년을 지내며 많은 경험을 함께 했습니다. 시골교회 목회자 출신으로 집짓는 일과 농사일을 잘 하셨는데, 처음 필리핀에 온 것은 다른 선교사를 도와 건축 일을 맡기로 했다가 일이 계획대로 진행이 안돼서, 자립농 사역으로 돌아선 분입니다. 그 계기도, 제가 먼저 아는 사람을 통해 필리핀 선교는 민다나오 선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그분께 얘기했다가, 몇 달 뒤 저와 함께 제가 방문했던 선교지를 돌아본 후 민다나오의 자립농을 주 사역으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현지인 목회자와 함께 농사일을 하며 순환농업이라는 자립농의 방법을 직접 가르치고 모범을 보이며 사역하다가, 그 자립농을 세계적으로 보급하고자 탄자니아도 다녀오고 하면서 사모님이 교통사고도 당하고, 우여곡절과 사연을 많이 겪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한국에 자립농 모범단지를 만들어 선교사 및 외국 현지인들을 국내로 불러들여 자립농 교육을 하는 센터를 운영하다가 췌장암에 걸리셔서 수술 후 몇 달 뒤에 소천하신 날이 20201025()이었습니다. 자주 만나지는 않았지만 2006년 이후로 계속 교제하며 소식을 주고받다가 그렇게 소천하시니 저로서는 선교의 동역자를 한분 먼저 떠나보내는 안타까움이 남는 분이었습니다.

 

또 한 분은 앞의 두 분의 죽음을 묵상하다가 다가온 예수님의 죽음인데, 우리가 알기로 그분은 십자가의 사명을 띠고 이 땅에 오셨다가 사명을 잘 완수하고 아버지께로 돌아가신 분으로 알고 있지만, 마지막 순간의 모습이 너무 처절하게 다가옵니다. 원수들에게 잡히시기 전에 아끼던 제자 세 명과 겟세마네 동산에 기도하러 가셔서 내 마음이 매우 고민하여 죽게 되었다고 말씀하시며 함께 깨어있으라 하시고 조금 더 나아가서 엎드려 기도하시며 내 아버지여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라고 기도하시며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라는 기도를 하셨지만, 그것은 당연히 예수님이 가셔야 할 길이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로 보게 되었습니다.

 

내 아들이 아플 때 밤새도록 같이 등을 두드리며 속히 그 통증이 물러가기를 애타게 기도하며 기다리던 적이 있습니다. 장이 꼬여서 3분 정도마다 자지러지듯이 비명을 지르는 어린 아들을 바라볼 때는 나의 심장이 끊어지는 고통이었습니다. 그런데 사랑하는 아들로부터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는 최후의 말을 듣고 있는 아버지의 마음은 어떠했을지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납니다.

 

그 예수님이 죄라도 있으셔서 그런 고통을 당한 것이 아니요, 그 아버지가 인정이 메말라서 아들의 고통을 방치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바로 나의 죄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독생자를 십자가에 내어주시면서까지 나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사랑의 깊이를 헤아려 봅니다. 마음이 죽게 되어 그 잔이 지나가기를 그토록 원했던 예수님의 기도가 응답되지 않았기에 감히 하나님 앞에 실눈이라도 뜰 수 없는 죄인이 용서받고 지금 이렇게 소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앞의 두 분의 죽음은 가까이 지내던 사람을 이 세상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지만, 다른 한 분 예수님의 죽음은 나로 하여금 살아갈 이유가 된 죽으심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응답되지 않은 기도 때문에 내가 살아났듯이, 나의 응답되지 않은 기도 때문에 하나님의 또 다른 선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며 주님을 원망하지 않기를 다짐합니다. 매일 드리는 소원의 기도 가운데 나의 뜻이 아니라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20210112)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9 컴퓨터의 부활 honey 2024.08.08 17
118 삼대가 함께 한 (필리핀) 단기선교 file honey 2023.01.26 92
117 천연덕스럽게 honey 2022.07.05 76
116 그리움의 유효기간 한달 honey 2022.06.09 75
115 은퇴를 안했습니다! honey 2021.06.29 85
114 육체의 상처 vs. 마음의 상처 honey 2021.03.21 111
113 나는 기적을 행한다 - John Piper 설교(2011년 2월 24일), 이종헌 역 1 honey 2021.01.29 362
112 선과 악(善과 惡) honey 2021.01.13 84
» 세 사람의 죽음 honey 2021.01.12 79
110 31년 다니던 직장을 떠나며 honey 2021.01.12 98
109 하나님이 내가 하기를 원하시는 일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 Kurt E. De Haan 글, 이종헌 역 file honey 2020.06.10 289
108 은퇴를 다시 생각하기: 그리스도의 영광을 위하여 삶을 마치기 - John Piper 글, 이종헌 역 honey 2020.05.02 148
107 코로나 바이러스와 그리스도 - John Piper 글, 이종헌 역 honey 2020.04.30 145
106 그런데 바이러스에 걸렸습니다 honey 2020.04.06 88
105 이번 삶의 흔적 honey 2019.01.10 136
104 돌멩이와 다이아몬드 honey 2016.06.12 276
103 옆반 아이가 그러던데? honey 2016.06.03 233
102 내게 고난이 찾아왔을 때 - 앤드류 머레이 honey 2016.03.05 386
101 고장과 수리 honey 2015.10.15 488
100 인생의 바이러스 honey 2015.09.12 51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Next
/ 6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