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삶의 흔적
몇일 전에 홈페이지의 영상과 사진을 저장하던 나스(NAS) 장비의 delete 키를 잘못 눌러서 영상과 사진 파일을 몽땅 날려버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지나간 역사를 깨끗이 지워버렸나 했더니 다행히 지워진 파일들을 전문가에 의해서 복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복구된 파일들은 날짜순으로 정렬되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파일이름이 붙기 때문에 그것을 날짜별로 분류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작년 9월쯤에 컴퓨터에 있는 모든 파일을 외장하드에 백업을 받아둔 적이 있어서 그때 이후 날짜의 파일들만 찾아내면 되는데 모두 6개 날짜의 사진들만 찾으면 되는 것으로 압축되었습니다. 그중에 2개의 날짜는 다른 사람과 공유했던 것이 있어서 그것을 받아서 해결했고, 나머지 4개 날짜의 사진파일만 찾으면 되는데, 더 다행인 것은 그 날짜들의 사진에는 촬영한 날짜가 사진에 나오도록 촬영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상 파일은 뒤에 작업하기로 하고 사진 파일부터 잃어버린 것을 찾아가는 중인데, 확장자가 jpg가 아닌 폴더를 모두 지웠고 jpg 파일 폴더에 그룹이 300개쯤 되는데 각 그룹에는 대략 500개 정도의 파일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룹 1부터 들어있는 사진들을 보며 내가 찾으려고 하는 날짜의 파일이 아닌 것들을 224개 그룹까지 지워오고 있는데, 그 사진들 안에는 추억의 단편들이 들어 있어서, 그것들을 지워나갈 때 세월의 흔적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사진들 하나하나에 오래 시간을 머물지는 않지만 지워나가는 사진들에는 내가 쏟아 부었던 열정과 즐거웠던 순간, 때로는 후회되기도 했던 나날들이 지문처럼 들어 있었습니다.
지금 내가 지우고 있는 사진들은 하드 디스크의 다른 곳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는 것이고 내가 실수로 지운 4개 날짜의 파일들만 찾으려고 그것들 외에는 모두 지워나가는 중인데, 우리가 삶을 마감할 때에는 이 모든 것들을 다 놔두고 가야하며, 우리 삶의 흔적들은 누군가에 의해 다 지워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삶의 모든 기록들이 하나님의 기록에는 남아 있어서 예수 그리스도의 상급의 심판대에서 계수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지우고 싶었던 후회스런 기억들은 지금은 부러 잊으면 잊혀지지만 하나님 앞에 떳떳하지 못했던 기억들은 되돌릴 수 없기에, 지금을 기점으로 정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마치 필요 없는 사진 파일들을 지우듯이 과거의 후회스런 기록도 예수님의 피를 지우개 삼아 지워버리고 오늘 이후의 삶이 “신실하게 진실하게 거룩하게” 되기 원합니다. 그래서 이번 삶의 흔적이 아름답게 남아 우리 주님이 약간만 연마하면 그것이 다이아몬드가 되어 찬란하게 빛났으면 합니다.(2019.01.09.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