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안했습니다!
‘창조’지 206호 기고
제가 창조과학회에 들어가게 된 것은 1991년도입니다. 1989년도에 대구에 있는 경일대학교(입사시 경북산업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기 시작한 지 2년 정도 지나서, 같이 활동하는 교수신우회 동료로부터 우리 대학에서 ‘노아의 홍수는 역사적 사실인가?’라는 제목의 강의가 있으니까 참석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의아해 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제목의 강의이고, 저는 중학교 1학년 때 예수님을 믿은 이후로 성경의 어느 한 부분도 의심한 적이 없던 터라 그런 강의는 믿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전도용 강의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거의 타의로 강의실 자리를 메꿔주러 갔던 저에게 아주 큰 영적인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구약 성경 앞부분에 기록되어 있기는 하지만 창세기의 내용이 그냥 어렴풋이 성경의 일부로만 알았다가, 그것이 역사적으로 실제 있었던 사건이라는 것이 제 피부로 다가왔습니다. 그때 이후로 성경이 between the line으로 읽어지면서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를 순식간에 몇 번 반복해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성경에 기록된 글자 하나하나가 꿀송이 맛이 나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때 이후로 창조과학회에 가입하여 기존에 활동하시던 전설같은 교수님들에게 개별적으로 강의를 듣고 그분들의 강연을 받아쓰기 하며 내 것으로 소화를 시켰습니다. 그 당시 4-5명의 교수들이 매주 모여 의견을 나누며 강의 자료를 나누며 그야말로 헌신적으로 활동을 했습니다. 현재 본부에서 진행하는 “창조”지의 발간을 대구에서 먼저 시작했었습니다. 주로 호주의 “Creation”지를 번역하여 프린트해서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우편으로 발송하던 일을 했었는데 본부에서 “창조”지를 만들면서 지부에서 그만 두게 되었습니다. 얼마 후에는 본부에서 소액의 금액을 지원받아 중고등부 창조과학 교재를 만드느라 우리 집에서 며칠 밤을 지샜던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작업한 원본이 본부로 올라가더니 두란노에서 각색을 해서 전혀 딴 책으로 둔갑을 하더군요.
초창기의 창조과학 강연은 사진 자료를 슬라이드 필름으로 만들어서 강연 때에는 슬라이드 환등기를 끌고 다녔습니다. 그 뒤인지 앞인지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한때는 자료를 OHP 필름에 복사해서 OHP 기기에 띄워서 강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2000년도에 몽골에 강연을 갔을 때 강의 주제 3가지에 대한 OHP 필름을 들고 간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빔 프로젝터가 등장하여 슬라이드 환등기는 폐기처분 되고, OHP 필름도 쓰레기통에 들어가고, 이제는 강의 파일을 USB에 담아 들고 다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초창지에 창조과학 사역은 주로 과학계열 교수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는데, 제가 대구지부에 들어간 이후로 거의 한참 동안 저 다음에 들어온 교수는 없는 상태였습니다. 서너명이 거쳐는 갔는데 지금도 계속 남아서 활동하는 교수는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대학 교수의 자리가 계약제로 많이 바뀌고 재계약 등에 점수를 채우는 일이 벅차서 그런지 아니면 우리나라 사회가 사역에 헌신할 여건이 어려워졌는지 요즘은 새로 활동을 시작하는 과학계열 교수를 찾기 힘든 실정입니다.
대구지부가 지금의 상태로 든든히 서는 데에는 간사들의 활동이 큰 몫을 차지했는데, 초창기에 처음 사역한 간사는 서울에서 유수한 대학을 졸업하고 창조과학 사역에 헌신하기로 하고 대구지부에서 한참을 섬기다가 신학을 하기 위해 유학을 떠나면서 간사가 바뀌었습니다. 두 번째 간사는 제가 지부장으로 섬기던 11년 동안 많은 기간을 저와 호흡을 맞추며 섬겼고, 그 당시 대구지부의 일은 그 간사가 거의 도맡아서 했다시피 합니다. 그런데 그 간사가 너무나 능력 있고 일을 잘 해서 본부에까지 소문이 나서 본부의 간사로 보내달라는 부탁에 흔쾌히 보내드리고 대구지부에는 간사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일반 사역자들이 모이다보니까 전임간사는 없지만 파트타임으로 적격인 지금의 간사가 등장하여 대구지부는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교수, 비과학계열 멤버들이 늘어나기 시작하여 지금 대구지부에는 헌신된 사역자들이 많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제가 거의 30년간 창조과학 사역을 하면서 스스로 가장 칭찬할 만한 일은 대구지부에 팀장 제도를 도입한 것입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저의 아이디어가 아니고, 헌신된 젊은 사역자들에게 기질에 맞게 팀장의 직분을 맡겼더니 팀장들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지금의 체계까지 잘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참고로 대구지부는, 감사와 고문과 지부장과, 학술담당, 홍보담당, 대외협력담당 부지부장들과, 교육팀장, 홍보행사팀장, 학술팀장, 청소년사역팀장, 어린이사역팀장, 미디어팀장, 찬양팀장 등의 임원이 있습니다. 지금 대구지부는 이들 팀장을 중심으로 아주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 외에 목사님들의 창조신학 연구모임, 영크의 모임도 있습니다.
저로서는 창조과학회에 관여한 30년의 세월 동안 대구지부장을 수십년을 했었는데, 기록에 남은 것만 11년이며, 이제 31년 근무하던 대학에서 정년퇴직을 하면서 지부장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한때 명예퇴직을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정년까지 채우고 나니까 이제는 사역을 떠나서 해외여행도 다니고 쉬는 생활을 하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도 있고, 우연히 John Piper 목사님의 “은퇴를 다시 생각하기: 그리스도의 영광을 위하여 삶을 마치기”라는 글을 읽고 정말 은퇴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론은 ‘기독교인에게 은퇴는 없다’는 것입니다. 직장은 은퇴를 했지만 하나님의 일은 죽기 전까지 쉬어서는 안되는 것이 맞습니다.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이 우리 삶의 이유이니까요. 그래서 힘이 되는 한 대구지부를 위해 쉬지 않고 일하려고 생각하며, 지금은 주로 “Creation”지의 번역과 기타 창조과학 자료의 번역 및 대구지부 ‘뉴스레터’ 편집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할 때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먼저 방향을 잘 잡고 올바른 방향으로 열심히 달려가야 하는데, 하나님의 ‘말씀대로의 창조’를 인정하는 것은 방향을 올바로 잘 잡은 것이므로, 우리는 열심히 달려가기만 하면 됩니다. 그것이 주어진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알차게 살다가 주님 앞에 섰을 때 칭찬받는 일입니다. 그 길에 같이 손잡고 갑시다!(2021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