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반 아이가 그러던데?
나는 국어시간에 산수책을 보지 않는다. 그런데 자꾸 옆반 아이들이 날더러 국어시간에 산수책 보는 아이라고 하며 그러지 말란다. 단지 그냥 국어시간에 산수책 보고 있다는 사실만을 잘못 알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잘못된 일이니까 나도 나쁜 아이라고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반 아이들은 나에게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내가 국어시간에는 국어책만 볼 뿐 산수책을 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자기가 직접 확인하거나 경험하지 않은 것을 남이 하는 말만 듣고, 그게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매스컴에서 하는 말은 모두 사실인 줄 안다.
더 가관인 것은 작년에 다른 학교로 전학 간 아이가 찾아와서 나에게 충고한다. 국어시간에 산수책 보지 말라고. 자기의 인식에서 국어 시간에 산수책 보는 것은 잘못된 일인데 작년에 친구였던 내가 잘못된 일을 한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듣고 나서 그것을 내게 지적하려 한다면 먼저 나에게 확인부터 해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나의 짝에게 물어보든지, 아니면 우리반 아이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그런데 옆반 학생의 친구를 통해 전해 듣고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인다면 그 사람의 인지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 작년 친구에게 “나는 그렇지 않아”라고 말하면 그 친구는 누구의 말을 믿을까? 이미 인지하고 있는 사실을 믿을까, 아니면 나를 통하여 나에 대해 새롭게 인지하게 된 사실을 믿을까? 우리는 먼저 알게 된 사실을 더 믿는 것 같다.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확인해 보지 않은 채.
소문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가장 잘 아는 나는 답답하다. 나만 진실하면 되는가, 일일이 찾아다니며 진실을 밝혀야 하는가? 진실이 아닌 사실을 퍼뜨리는 사람들을 헐뜯어서라도 진실을 밝혀야 하는가? 이때 성숙한 사람은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고 진실이 항상 승리한다고 믿는다. 오히려 진실을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불쌍하다며 포용하자고 한다.
진흙탕 싸움에는 같이 말려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최소한 그들에게 깨끗한 물 샤워 정도는 뿌려줘야 하지 않을까?(2016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