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다니던 직장을 떠나며(함께 했던 동료 교수님들께)
마감 인사를 해야겠기에 이렇게 글로 인사를 전합니다. 팬데믹 상황에서 마주 앉아 인사는 못하고, 지난번 삼계탕을 같이 먹은 것을 송별회로 알겠습니다.
절묘한 계기로 경일대에 와서 31년 동안 근무하며 힘든 일도 있었던 것 같지만(지금은 잘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저로서는 나에게 주어진 은사를 활용하여 제자들을 키우며, 그것이 생계의 수단이 되어 두 아들을 잘 키우게 해준 고마운 직장으로 기억합니다. 그동안 동료 교수님들과 여러 가지 관계로 얽혀서 즐겁게 생활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고, 혹시나 나로 인하여 불편한 감정들이 있었다면 그냥 잊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에 대해서 한 가지 바람직한 제안을 하라고 한다면, 학교를 떠나면서 다시 돌아보고 항상 응원하는 마음이 굳이 생기지는 않는 많은 퇴직자들의 마음을 앞으로라도 끌어안고, 밖에 나가서 언제든 학교에 대해 좋은 평을 하는 홍보대사로 만드는 지혜를 가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일종의 제 신앙고백이기도 한데, 지금의 마음을 잠시 나누겠습니다.
몇 년 전부터 명퇴를 심각하게 고려하다가 결국은 정년퇴직까지 왔습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여러 가지 피곤하고 힘든 상황에서 은퇴 후의 편안한 삶은 나의 로망이었습니다. 월요일이 되면 차를 몰고 2박3일 정도의 일정으로 지방으로 떠나서 경치를 맘껏 감상하며 맛집도 찾아다니다가 집으로 돌아와 쉬고, 1년에 두 번 정도는 해외여행도 다니며 소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19라는 팬데믹 상황에서 존 파이퍼 목사님의 두 글, “코로나 바이러스와 그리스도”, “은퇴를 다시 생각하기: 그리스도의 영광을 위하여 삶을 마치기”를 번역하면서 나에게 주신 소명의식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글을 번역하며 존 파이퍼 목사님의 생각에 공감하며 나의 생각이 주 하나님께로 다시 orientation이 되어서 지금은 너무 기쁘게 사역하고 있습니다. 그중의 일부를 나누고자 합니다.
“나의 남은 몇 년 동안의 삶은 그동안의 수고에 대한 위로의 축적이 아니라 사랑의 희생에 헌신하는 데에 열심을 내자.” Raymond Lull이라는 선교사의 고백이 나의 고백이 되기 원합니다. “오 주님, 사람들은 노년이 되어 죽을 때 본래의 온기가 없어지고 찬 기운이 더 많아져 죽곤 합니다; 그러나 당신의 뜻이라면, 당신의 종은 그렇게 죽지 않으렵니다; 저는 사랑의 빛으로 죽는 것이 더 좋습니다. 마치 당신이 나를 위해 기꺼이 죽으셨던 것처럼.” 저는 그리스도를 소중히 여기고 그 기쁨 속에서 사람들을 섬기기 위해, 즉 저와 함께 그들을 그리스도의 영원한 즐거움으로 인도하기 위해, 저에게 남은 모든 힘과 시력, 청각 및 이동성 및 자원을 사용하여 그리스도를 위대하게 보이도록 만들며 삶을 마치기 원합니다. 모세는 은퇴하지 않았습니다. 바울도 베드로도 요한도...
(2020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