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있는 영들
(벧전 3:19-20) “그가 또한 영으로 가서 옥에 있는 영들에게 선포하시니라. 그들은 전에 노아의 날 방주를 준비할 동안 하나님이 오래 참고 기다리실 때에 복종하지 아니하던 자들이라 방주에서 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은 자가 몇 명뿐이니 겨우 여덟 명이라.”
베드로전서의 이 구절은 성경에서 해석이 가장 난해한 말씀들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그만큼 “성령님의 의도와 동떨어진” 해석이 난무하는 것도 당연한데, 그중 몇 가지 견해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노아의 식구들은 사도들을 가리키며, 이 사도들의 사역으로 감옥에 있는 영들, 곧 불신자들에게 복음이 전파되었다. 둘째, 예수 그리스도께서 무덤에 장사되시어 부활하시기까지 영으로 지옥에 내려가시어 노아 당시 죽었던 영들에게 복음을 전파하셨다. 셋째, 예수님께서 같은 기간 동안 지하세계의 구약 성도들에게 십자가의 구속이 완성되었음을 전파하셨다. 넷째, 예수님께서 성육신하시기 전 노아의 시대에 노아를 통해서 임박한 대홍수 심판을 선포하셨다.” 등이다. 이 모든 것은 아무런 성경적 근거가 없는 추측일 뿐, 그 누구에게도 바른 성경적 해석을 제공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령으로 감옥에 있는 영들에게도 가서 전파하셨다는 말씀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성경에 따르면,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에서 짊어지신 인류의 죄를 불태우시려고 땅의 심장, 곧 “지옥”에 내려가셨다. “요나가 밤낮 사흘 동안 큰 물고기 뱃속에 있었던 것 같이 인자도 밤낮 사흘 동안 땅 속에 있으리라”(마 12:40). 에베소서 4:9,10은 이 말씀을 확증해 준다. “올라가셨다 하였은즉 땅 아래 낮은 곳으로 내리셨던 것이 아니면 무엇이냐. 내리셨던 그가 곧 모든 하늘 위에 오르신 자니 이는 만물을 충만하게 하려 하심이라”(엡 4:9,10). 주님께서는 “땅의 더 낮은 부분들”인 지옥으로 내려가 그곳에 우리의 죄를 다 쏟아놓고 부활하신 것이다. 주님은 비록 지옥에 내려가셨지만 그곳에 버려지지 않고 부활하셨다고 성경은 말씀하고 있다. “이는 내 영혼을 음부에 버리지 아니하시며 주의 거룩한 자로 썩음을 당하지 않게 하실 것임이로다 ... 미리 본 고로 그리스도의 부활을 말하되 그가 음부에 버림이 되지 않고 그의 육신이 썩음을 당하지 아니하시리라 하더니”(행 2:27,31).
우리가 오늘의 본문을 해석할 때 주의할 점은, 베드로전서 3:19,20에는 “감옥에 있는 영들”과 홍수에서 살아남은 노아의 가족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문맥상 감옥에 있는 “영들’과 방주에서 구원받은 여덟 ”혼들“이 분명히 대조되고 있음을 볼 때에, “감옥에 있는 영들”은 죽은 사람의 “혼들”이 아닌 다른 존재들이다.
“감옥에 있는 영들”로서 노아의 날들에 “순종하지 아니하던 자들”이라면(20절), 노아의 때에 하나님께 순종하지 않던 “하나님의 아들들”(창 6:4),곧 “타락한 천사들”을 말함이 분명하다. 히브리서 1:7,14에서는 천사들을 “바람(영들)”과 “섬기는 영들”로 계시하고 있다. “감옥에 있는 영들”이란 감옥에 있는 범죄한 “천사들”을 지칭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아의 날들에 하나님께 순종하지 아니하여 지하세계의 감옥에 갇혀 있는 영들이라면, 그들은 노아의 날들에 “또 자기 지위를 지키지 아니하고 자기 처소를 떠난 천사들”(유 1:6)로서, 바로 창세기 6장에서 땅에 내려와 사람의 딸들과 결합하여 거인들을 낳은 “하나님의 아들들”을 지칭하는 것이다. 구약에서 “하나님의 아들들”은 오직 “천사들”만을 가리키며(욥 1:6; 2:1; 38:7), 주님께서는 범죄한 천사들을 영원한 사슬에 묶어 헬라어로 “타타루스”라 불리는 지하 감옥에 심판 때까지 가둬 두신 것이다(벧후 2:4, 유 1:6).
그런데 베드로전서 3:19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령으로 이동하셔서 감옥에 있는 “영들”에게 “선포하셨다”고 말씀한다. 이것을 복음 선포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 구절에는 결코 “복음”이 언급되지 않고 다만 “감옥에 있는 영들”에게 “선포하셨다”고 말씀하고 있을 뿐이다. 말하자면 주님께서는 “큰 날의 심판까지 영원한 결박으로 흑암에” 가두어 두신(유 1:6) 그 “영들”에게 가셔서 “복음”을 전파하신 것이 아니었다.
주님께서 그 범죄한 천사들에게 전파하신 것은 복음이 아니라 “어떤 선언’이었다. 감옥에 갇힌 천사들은 “심판 때까지” 갇혀 있어야 할 상황이라고 성경은 말씀하고 있다. 천사들은 피가 없기에 예수 그리스도의 피의 대속을 적용할 수가 없다. 그들에게 십자가의 피의 대속, 곧 복음을 전파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 무엇으로도 변경할 수 없는 형 집행을 기다리는 죄수들에게 주님은 어떤 말씀을 하셨을까? 다만 미래의 심판을 선포하는 것, 즉 “너희들은 여기 이 감옥에 심판 때까지 봉해져 있으라”고만 선포하셨던 것이다. 사도 바울은 이 천사들의 심판에 관하여 “우리가 천사를 판단할 것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 그러하거든 하물며 세상 일이랴”(고전 6:3)고 했다. 성경은 범죄한 천사들이 받을 심판에 대해 계시하고 있으며, 그들에 대한 용서는 단 한 구절에서도 언급되지 않는다. 그 범죄한 하나님의 아들들을 신약의 하나님의 아들들인 그리스도인들이 백보좌 심판에서 심판하게 되리라고만 말씀할 뿐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는 베드로전서 4:6에서 “복음”이 “죽은 자들에게도” 전파되었다고 말씀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죽은 자들에게도 복음이 전파되었으니 이는 육체로는 사람으로 심판을 받으나 영으로는 하나님을 따라 살게 하려 함이라”(벧전 4:6). 여기서 우리는 “죽은 자들에게도”라는 표현에 주의해야 한다. 영적으로 죽은 지상의 죄인들에게 복음이 전파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죽은 자들에게도” 복음이 전파되었다면, 영적으로 죽은 죄인들 외에 또 다른 “죽은 자들”을 언급함이 분명한 것이다. 주님께서 가셨던 지하세계에서 “복음”을 들을 만한 존재들이 누구였을까? 주님의 복음은 “사람”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그 복음은 “죽은 사람들”에게 전파된 것이며, 그들이 바로 지하세계에서 구속을 기다리고 있던 “구약 성도들”이다. 성경은 지하세계의 낙원에 있던 구약 성도들에 대한 복음 전파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씀한다. “이로 말미암아 그는 새 언약의 중보자시니 이는 첫 언약 때에 범한 죄에서 속량하려고 죽으사 부르심을 입은 자로 하여금 영원한 기업의 약속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히 9:15).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는 구약 성도들을 첫 언약 때, 곧 구약 때 범죄한 것들에서 “구속”하시려는 목적이 담겨 있었다. 위의 히브리서 말씀에 따르면 주님께서는 구약 성도들이 “영원한 기업”을 약속받게 하시려고 그들을 구속하셨던 것이다. 그 구약 성도들에게 복음의 기쁜 소식을 전파하신 주님께서는 그뒤 그들을 낙원과 함께 셋째 하늘로 사로잡아가신 것이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그가 위로 올라가실 때에 사로잡혔던 자들을 사로잡으시고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셨다 하였도다”(엡 4:8).
말하자면 베드로전서 3:19의 “감옥에 있는 영들”은 4:6에서 복음이 전파된 “죽은 자들”(구약 성도들)이 아니다.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지하세계로 내려가셔서 두 부류에게 다른 내용을 선포하셨음을 말씀하고 있는 것인데, 타타루스라 불리는 지하 감옥에 갇힌 영들, 곧 범죄한 천사들에게는 그대로 사슬에 묶인 채 심판 날까지 갇혀 있을 것을 선포하신 것이고, “아브라함의 품”(눅 16:22)이라 불리는 지하 낙원에 있던 구약 성도들에게는 복음을 전파하신 후 그들을 그 낙원과 함께 통째로 셋째 하늘로 옮기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