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 손양원 목사
손동희 저, 아가페, 1994년 11월 15일 초판 발행, pp.327, 10000원
(2010년 8월 4일 읽음)
손양원목사님의 이야기는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교회에서 연극으로도 공연을 해 봤기 때문에 책으로 또 읽으면 식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기우였다. 두 오빠를 죽인 살인범이 사형장에 끌려가는 순간에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찾아가 본인의 의지와는 정 반대되게 그 사람을 살려달라고 간청을 하고, 죽기보다 보기 싫은 그 사람과 한 집에서 얼마간 학교를 다니기까지 해야 했던 딸의 심정으로 기록한 이 책에서, 딸과 공감대를 가지고 약간의 진동을 느끼며, 한 순간에 다 읽어 내려갔다.
손목사님의 생각을 읽을 때 한 마디로 '대쪽같은 믿음'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바로 우리가 본받아야 하는 믿음인데, 오늘날도 그때와 똑 같은 상황이 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사참배를 정당화하고 일부 대쪽같은 믿음의 사람들은 바보같이(?) 순교를 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손목사님의 사모가 더 대쪽같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부창부수라고나 할까. 경찰서에서 남편을 만나서 하는 말이 "신사참배에 응하면 내 남편 아닙니다." 작가의 말대로 두 오빠가 공산당에게 순교한지 2년만에 신사참배 때문에 옥살이를 했던 아버지마저 공산당에게 순교를 해야 하는 운명. 그것을 소설로 썼다면 개연성이 없다고 비난을 들을 만한 일이 실제로 한 가정에서 일어나다니.
10대 때 그런 모진 일을 겪은 딸의 심리가 어땠을지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이전까지 우리는 손목사님의 입장에서 위대한 순교자라는 간단한 칭호를 붙여왔는데, 그 사건들을 딸의 입장에서 다시 보게되었다. 책에 기록된 사실적인 묘사들이 마치 그 옆에서 사건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믿음의 본이 되는 한 가정을 배운다.
신사참배를 하지 않는 것이 기독교인으로서 당연한 일인데,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이 다 신사참배를 하는 마당에 혼자만 옥에 달려들어가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도 전혀 동요되지 않는 그에게는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런 기도를 드리며. "주 위해 받는 아픔은 주 위해 사는 자의 면치 못할 일이오며 내 몸의 석 되밖에 안되는 피는 주 위해 쏟고 이백 개의 뼈는 주 위해 다 부러뜨리면 내 할 일 다한 것이외다. 모든 근심 걱정은 내 알 바 아니오니 주님 이끄시는 대로 따르리이다."
해방이 되고 옥에서 나와 이제는 온 가족이 함께 오붓하게 사는가 싶더니 두 아들이 순교를 당한다. 그 상황에서도 믿는 사람다운 생각을 한다. 두 아들을 떠나보내며 10가지 감사의 기도를 드린 제목들을 보면 승화된 믿음의 결과를 본다. 그리고 두 아들을 죽인 원수를 사랑하여 자기의 양아들을 삼는 실천적인 믿음까지.
순교를 당하기 전 비겁하게 도망가지 않은 것은 세상이 감당치 못하는 두려움 없는 믿음이었다. "이 난국에 가장 급한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양을 먹이던 목자가 내 양떼의 신앙을 돌봐야 할 때입니다. 지금은 하나님께 의인의 피와 땀을 바쳐야 할 때입니다. 나는 비록 불의 불충하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의를 힘입어 주께서 허락하신다면 이번에 제물이 되어볼까 소원합니다."
아내 역시 마찬가지였다. "피난처가 어디 있느냐. 피난처는 주의 품뿐이다. 재림도 가까웠는데 어디로 간단 말이냐?"
가까이에서도 그런 믿음의 삶을 살아온 가정을 보았으며, 나 자신이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고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