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음박질
김경태 지음 (포항공대 교수, 분자신경생리학, ktk@postech.ac.kr)
요즘 내가 사는 아파트 주위에 달리기를 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주로 중년의 남성들이 뛰지만 가끔 가족과 함께 뛰는 여성들과 아이들도 눈에 띈다. 아파트 단지 외곽을 한바퀴 돌면 약 5km 정도 되는데 이 거리를 매일 뛰는 분이 있다. 내가 아는 한 분은 꾸준히 뛴 결과 뱃살이 많이 줄었다고 좋아하면서 일주일에 한 두 번은 2바퀴에 도전을 하고 이를 차츰 늘려가서 점점 오래 달릴 자신이 생기면 하프 마라톤에 출전을 해 보겠다고 한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땀을 훔쳐가며 달리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건강하고 씩씩해 보인다.
우리 몸에서 달리기를 수행하는 조직은 골격근(skeletal muscle, 骨格筋)인데 골격근은 뼈에 붙어 있는 근육(a type of striated muscle, usually attached to the skeleton)을 말한다. 골격근은 운동신경의 명령에 따라 수축과 이완을 해서 힘을 내고 자세를 유지케 하면서 달리게도 한다. 골격근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적색 근섬유이고 다른 하나는 백색 근섬유이다. 적색 근섬유에는 세포 내에서 발전소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가 많이 있고 산소를 이용하여 대사를 수행하는 효소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어서 근육 운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잘 생산한다(Red ("slow-twitch") fibers have more mitochondria, store oxygen in myoglobin, rely on aerobic metabolism, have a greater capillary to volume ratio and are associated with endurance). 그래서 적색 근섬유는 오랫동안 달리게 한다. 반면에 백색 근섬유는 적색 근섬유에 비해 미토콘드리아의 수도 적고 에너지를 생산할 때에는 주로 산소를 이용하지 않는 대사를 수행하기 때문에 에너지 생성이 낮아서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된다(White ("fast-twitch") fibers have fewer mitochondria, are capable of more powerful (but shorter) contractions, metabolize ATP more quickly, have a lower capillary to volume ratio, and are more likely to accumulate lactic acid). 하지만 백색 근섬유는 수축을 빨리 할 수 있고 그 힘이 강력하기 때문에 단거리 경주나 점프에 유리하다. 우리 몸에는 이러한 백색 근섬유와 적색 근섬유가 적절히 분포하여 상황에 맞게 오래 달리게도 하고 짧은 거리를 힘차게 달리게도 한다.
몇 해 전 연구실의 학생들과 여름에 소백산으로 MT 여행을 한 적이 있다. 등산을 하던 중 어린 산토끼가 우리가 가던 길로 뛰어 나와 학생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산토끼를 잡느라고 법석을 떨었다. 이리 저리 용케 피해 도망하던 산토끼는 얼마 가지 않아 지쳐서 한 학생의 손에 잡히는 것을 보았다. 이 산토끼의 근육에는 백색 근섬유가 많아서 처음에는 재빠르게 뛰어갈 수 있었지만 오랫동안 그 힘을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존 에클레스(John Eccles)라는 분은 두 가지 종류의 골격근이 어떻게 형성 되는지 실험을 하였는데, 적색 근 섬유에 신호를 보내는 운동신경을 떼어다가 백색 근섬유에 붙이는 수술을 하여 신호를 받도록 하였다. 그랬더니 그 운동신경의 신호를 받던 백색 근섬유는 점차 적색 근섬유의 성질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서 천천히 오래 달리게 하는 적색 근섬유가 될 것인지 아니면 짧은 시간 동안 빠르고 힘 있는 운동을 하게 하는 백색 근섬유가 될 것인지는 운동신경의 종류에 따라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달리기를 할 때 달리는 운동의 성격에 맞추어 적절한 근육이 작동을 하고 이런 근육들의 작용을 총괄하여 조절하는 것이 신경이다. 운동을 꾸준히 하고 반복하여 연습하면 그 운동에 필요한 신경 경로가 발달된다. 즉, 감각 기관에서 대뇌를 거쳐 근육까지 명령의 전달이 막히지 않고 빠르게 이루어지게 된다.
이와 같이 재빠르고 세련된 동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조정 능력이라고 하는데 조정 능력이 향상되면 몸이 민첩해지고 몸의 중심을 잘 유지하게 된다. 구기나 체조 같은 운동에서 보면 초보자와 숙련자 사이에 동작의 차이를 쉽게 볼 수 있다. 초보자는 상황의 변화에 주의를 집중해야 하므로 동작이 느리고 어색해지는 반면에 꾸준히 반복 연습을 한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정확하게 동작을 하게 된다. 이것은 꾸준하고 지속적인 연습에 의해 근육과 관절의 기능이 향상되고 신경계가 발달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운동이 자동화 단계까지 이르게 되면 고난도의 운동이라도 세밀한 동작이 거의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성경에 보면 주님을 믿고 따르는 자들도 경주하는 자로 표현되어 있다. 고린도전서 10:24-25절을 보면 “운동장에서 달음질하는 자들이 다 달아날지라도 오직 상 얻는 자는 하나인줄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 너희도 얻도록 이와 같이 달음질하라. 이기기를 다투는 자마다 모든 일에 절제 하나니 저희는 썩을 면류관을 얻고자 하되 우리는 썩지 아니할 것을 얻고자 하노라.” 세상 사람들이 삶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열심히 달리는 이유는 세상에서 주어질 면류관을 얻기 위함이다. 그러나 세상의 영화는 썩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이 땅에서 삶을 마감하면 그 영화도 함께 없어진다. 이 땅에 아방궁을 지어 놓고 기름진 음식으로 호강하더라도 그것은 이 땅에 있을 동안뿐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땅에 살지만 하늘나라의 영광을 바라보고 달음질 하는 사람이다. 하늘의 영광은 썩지 아니하고 영원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영원한 하늘의 상급을 얻기 위해서는 이 땅에서 우리가 절제하는 삶을 살아야 함을 성경은 가르치고 있다. 주님의 제자로서 덕을 끼치지 못하는 일은 당장에 나를 즐겁게 하는 것일지라도 하지 않는 것이다. (출처 : '과학으로 하나님을 만나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