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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암동의 추억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역 1번 출구 나와서 골목으로 20미터 가면 홀리스라는 커피숍이 있는데 거기서 두시반에 만나세.'라는 문자 메시지에 따라 지하철에서 내린 순간 느긋하게 주변을 돌며 잠시 동안 많은 추억을 떠 올렸다. 너무나 감성적이 되지 않기 위해 많이 생각하지는 않기로 했다. 그래도 그곳에는 추억이 많다.

 

초등학교 5학년이 거의 끝나가는 11월 어느 날, 처음 광주에서 서울로 이사오던 날 돈암동 전차종점의 밤은 참으로 낯설었다. 서울의 주변 미아리 고개 달동네로 이사왔지만 서울의 변두리는 광주 시내 한복판의 충장로와는 비교가 안되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나머지 초등학교의 생활은 미아리고개에 있는 회복여관 옆골목으로 돌계단 86개 올라가서 있던 집으로부터 돈암동 시장 옆에 있던 과외교습소까지, 4시반에 새벽별 보고 집을 나와 밤 11시 별을 보고 집에 가던 어둠의 추억뿐이다.

 

삼선교에 있던 중학교까지 걸어다니던 길은 돈암초등학교보다 조금 더 먼 길이다. 고등학교 언제쯤인가 삼선교로 이사간 후, 그곳에서 명륜동의 대학까지 줄곧 걸어다녔다.

 

 

20130829_154721.jpg

 

고등학교 때 삼총사 중의 한 명 집이 돈암동에서 편의점을 했었다. 그곳에서 집안의 돈 문제가 얽혔던 기억. 돈암동에서 누군가를 만나려면 이정표의 기점이 되었던 태극당 빵집은 그때 그 자리에 그냥 있었다. 대학교 때 미팅을 하던 다방은 어딘지 찾을 수 없고, 친구들과 노닥거리던 기억들. 군 시절 가끔씩 드나들던 까페, 길거리에서 가끔씩 마주치던 친구들. 오래 전의 시간들이 현실에 한꺼번에 투영되어 발자국 밑에 눌려진다.

 

골목을 한바퀴 돌다가 결국에는 스마트폰 내비로 찾아간 커피숍에는 고등학교 3년 선배인 한선교사님이 이미 와 있었다. 그분의 고등학교 동기가 그곳을 거점으로 사업을 하고 있어서 우정 그곳에서 만나자 했던 것이다. 나중에 4시경에 또 다른 동기를 만나기 전까지 90분 정도 인도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

 

20130829_143000.jpg

 

 

7년간 인도에서 선교사의 삶을 살던 경험이 끊임없는 이야기로 엮여 나온다. 먼저, 10-10-10. 인도에 대한 기억은 거의가 부정적이다. 인도 사람들과 처음 만나면 통성명하고 자기소개를 하는데 10분이 걸린다. 그런데 신뢰를 잃어버리는 데는 10초밖에 걸리지 않고, 그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데에는 10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7년을 프로젝트 없이 순전히 인도에 사는 티벳인만을 바라보며 해바라기 하던 그분이 말하는 선교란, 그런 곳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즉 삶으로 말하는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어떤 목사님은 묵묵히 20년 동안 절에 다녔단다. 그러다가 우여곡절 끝에 그 절이 그 목사님 손에 들어오게 되어 그곳이 교회로 바뀌었단다. 선교란 바로 그런 것이 아니겠냐고 하는데 제대로 표현된 것이다.

 

처음에는 좋고 나쁜 것을 바라보다가, 다음에는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다가 결국에 배운 것은 어느 것이 살리는 길이냐 하는 것이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목적이 바로 그런 것이다. 인도에서 자가용 없이 살면서 릭샤 운전수들은 어떻게 하면 한푼이라도 더 뜯어낼까 하고 머리를 굴리고, 타는 외국인은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뜯기지 않을까 머리 싸움을 한다. 흥정할 때마다 실갱이하고 욕하고 그들과 부딪치면서 몸으로 그들을 배웠다. 인도에서 살던 사람은 세계 어디를 가도 버텨낼 수 있다고 한다. 그런 그들을 대하면서 결국에 배운 것은 어떤 길이 그들을 살리는 길이냐 하는 것이다. 그들이 복음을 받았으면 이제 그들이 다른 나라 사람을 위해 베풀어야 할 때다. 그것이 무르익기를 바라며 인도를 떠난다.

 

사역지를 이양하는 과정도 그렇다. 전주에 있는 모 교회의 부목사 부부가 사역을 인계받았는데, 한선교사님 부부는 완전히 맨땅에 헤딩하기 식으로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 없이 개척을 했는데, 인계받는 목사님 부부는 한국서 이사짐을 100kg이나 초과해서 오는데도 초과요금을 하나도 내지 않고 통과했으며, 한선교사님이 살던 집의 보증금과 모든 살림살이를 공짜로 물려받았단다. 누구는 개척하고 마련하느라 고생을 해서 터를 닦아놓는가 하면, 누구는 다 된 기반 위에서 새로운 사역을 시작할 수 있기도 한다. 성경시대에도 그런 예를 찾을 수 있고, 그것은 각자가 하나님께 받는 은혜란다. 다만 하나님의 뜻에 따라 가라시면 가고 멈추라시면 멈추는 것이 선교사 이전에 기독교인의 마땅히 행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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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제는 남미쪽으로 방향을 맞추고 준비중이다. 삼국지를 14번이나 읽고 수호지 등 중국 무협소설을 수없이 읽었고, 중국과 인도의 문화를 골고루 섭렵한 그분에게서 듣는 이야기는 구수하다. 그리고 삶을 통하여 몸으로 배운 선교를 듣는다.

 

앞으로 그분께 더 듣게 될 중국과 인도의 기억들을 기대하며, 추억이 어린 돈암동을 떠났다.(20130829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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