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인생입니다
지난 6월 16일부터 차가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영덕에 다녀오다가 대구-포항 고속도로 영천 휴게소 부근부터 차가 열을 받아서 온도 게이지가 H의 끝까지 올라갑니다. 평소에는 차의 계기판을 보지 않고 다니는데 무언가 감이 이상해서 보니까 온도 게이지가 막 올라가 있었습니다. 그것을 바로 발견한 것은 은혜였습니다. 바로 조치를 해야 하는데 길가의 싸인을 보니까 휴게소가 5km 남았습니다. 가까운 거리에 휴게소가 있었던 것도 은혜였습니다.
차에 대해 잘 아는 사람에게 전화로 물어서 응급조치를 하고 휴게소를 출발했습니다. 와촌 톨게이트에 거의 다 왔는데 온도 게이지가 또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바로 그 앞에서 다시 온도가 올라간 것도 은혜입니다. 요금을 내고 도로공사 주차장으로 들어갔습니다.
거기서 다시 전화를 해서 알아보니까 아까 냉각수 보조통에 물을 보충한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에어컨을 켠채 팬을 돌려서 차를 식힌 다음에 라디에이터 본체의 뚜껑을 열고 물을 넣었습니다. 1.5리터 병으로 7개가 넘게 들어간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집까지 잘 왔습니다. 이제는 정말 괜찮아진 것 같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나가서 냉각수를 확인해 보니까 많이 줄었습니다. 다시 1.5리터 병으로 3병을 부으니까 물이 차올랐습니다. 잠시 운행을 해 보니까 물이 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정비소에 갔습니다. 원인을 조사해보니까 연결 호스가 구멍이 났다고 합니다. 그것은 천천히 새는 것이 아니라 새게 되면 갑자기 샌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친다고 하여 라디에이터 관련 호스를 전부 갈았습니다. 그런데도 요즘 또 냉각수 물이 자꾸 줄어듭니다. 정비공장에 또 가봐야 알겠지만, 아마도 엔진 계통에 문제인 것 같다고 합니다. 우리 인생이 바로 그렇다는 교훈을 얻습니다.
1.
모든 것이 동시에 있어야 합니다.
자동차의 운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여러가지입니다. 그 모든 것 중에 한가지만 작동하지 않아도 차는 정상 운행이 되지 않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물입니다. 차도 물이 필요합니다.
이것을 진화와 비교해 보면 당연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차도 어느 하나가 부족하면 작동을 안하는데, 생물도 차츰 진화해서 완벽한 생명체를 이룰 수 없습니다. 그 진화의 과정 동안에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 진화라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2.
물이 새고 있었습니다.
결국에 알게 된 것이지만 호스의 한 부분이 터져서 물이 새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일시적으로 운행이 가능하지만 궁극적인 처방은 아니었습니다. 인체의 고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차의 물이 새듯이 몸도 어느 부분인가 샌다면 신체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3.
원인은 호스가 낡아서 터진 것입니다.
그것은 조심한다고 막아지지 않습니다. 인생도 나이를 먹어갈수록 노화되어 갑니다. 그것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습니다. 한 부분이 고장나면 최대한 고치며 살다가 더 이상 인간의 힘으로 치료할 수 없을 때 죽게 됩니다.
4.
궁극적인 원인은 시간이 지나면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에 수명이 있다는 것이 세상을 지배하는 원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태초부터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처음의 세상은 세월이 지나도 낡아지지 않는 것이었는데, 인간이 하나님을 떠난 이후로 세상은 다른 원리로 작동하게 되었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인간의 죄 때문입니다.
5.
수리 방법은 내게 있지 않습니다.
차를 고치는 것은 정비사에게 가면 되지만, 세상과 인생을 고치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 되지 않습니다. 이 세상 가운데서 낙원을 이루며 살 수도 없습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에 의해 이루어지며, 전혀 다른 세상에서 펼쳐집니다. 완전한 회복이 우리에게 허락되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은혜입니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땅이 예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행복합니다.(2005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