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토란
방금 엄마의 사랑을 먹었습니다. 혼자 해 먹은 밥이지만 오늘은 특별한 요리를 먹었습니다. 바로 엄마가 보내주신 토란으로 국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알토란으로…
지난 여름에는 수술을 두 번 했습니다. 그 후유증은 아니지만 그와 연관이 있는지, 지난 추석 때 두통이 심해서 서울의 부모님께 다녀오지 못했습니다. 추석 때 가면 어머님이 담아주신 김치를 가져올 수 있었는데 못 올라가게 되니까 김치를 고속버스 편에 보내셨습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김치를 부치고 나서는 전화 연락이 왔습니다. 그런데 짐을 찾으러 갈 때, 집에 바퀴 달린 것 있으면 가지고 나가라는 것입니다. 짐이 무겁다고.
과연 짐은 무거웠습니다. 집에 와서 열어보니 김치도 배추김치와 물김치, 파김치까지 있는데다가 양도 많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송편 찌지 않은 것 냉동 상태로 있고, 또 내가 좋아하는 토란이 있었습니다. 대구에서는 토란 알을 잘 안 먹고 줄기를 먹는데, 해마다 내 생일에 즈음하면 전에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토란이 생각나는 것입니다. 그것을 아시고 어머니가 토란까지 보내주셨습니다.
요즘은 아내가 일을 나가서 밤늦게 돌아오니까 집에서 저녁밥을 못 얻어먹습니다. 지난번에 토란국을 한번 끓여주어서 먹고, 그때 배운 대로 오늘 저녁에 혼자서 토란국을 끓여 먹었습니다. 바로 엄마의 사랑을 먹었습니다. 알토란을 먹었습니다.
요즘 엄마들처럼 아기자기한 사랑을 받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들이 아픈 것을 차마 보지 못하며, 혹시 아들이 불이익을 당할라치면 무릎을 꿇고라도 빌어주실 어머니입니다. 일제시대에 태어나 해방 바로 전에는 요즘의 향토예비군 같은 데서 중대장도 했다는 어머니의 삶은 말 그대로 파노라마 같습니다.
이생에서 얼마 남지 않은 우리의 삶도 앞으로 얼마든지 다양하게 변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역사가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 가운데서 오직 변하지 않는 것은 어머니의 사랑, 부모님의 사랑입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이 절대적으로 하나님의 아들들을 사랑하시는 것의 본보기입니다.(2003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