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살려 대운하로 가자
글/박석순,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출처: 건설기술 쌍용, 2009. 봄, Vol. 50, pp. 4-11
정부가 지난해 12월 29일 경북 안동과 전남 나주에서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 착공식을 갖고 본격 추진을 시작했다. 가뭄과 홍수 피해를 근원적으로 막고 수질을 개선하며, 하천 생태계를 복원하고 주민들이 수상레저와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는 친수공간을 확보하는 것을 사업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아울러 일자리 창출과 내수 진작,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통하여 세계 금융위기로 침체된 국내 실물경기의 빠른 회복도 기대하고 있다. 주요 사업 내용을 보면 4대강 본류를 중심으로 노후제방 보강, 토사 퇴적구간 준설, 중소규모 댐 및 저류지 건설, 수질개선, 하천생태계 복원, 천변 저류지 및 저수지 재개발, 하천변 자전거길 조성, 친환경 보 설치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정부는 2011년까지 지방비와 민자 등 다양한 재원을 통해 총 13조 9천억원을 이 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우리의 4대강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 4대강은 매년 폭우로 유실된 토사와 쓰레기가 하천부지나 하상에 퇴적되어 치수기능이 크게 떨어져 있으며, 일부 구간에서는 이러한 퇴적물들이 심각한 수질오염원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비가 오지 않으면 수량이 부족하여 수질악화와 생태계 교란을 야기함은 물론 먹는 물 공급에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수량부족은 환경호르몬 피해로 이어져 4대강에서 잡히는 물고기 100마리당 8마리가 암수 한몸이라는 언론 보도도 있다(그림 1).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것은 거의 생태계 재앙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먹는 의약품들이 체내에서 분해되지 않고 하수로 배출되어 물 마른 하천에서 희석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현재 갈수기에 낙동강과 영산강 하류에 흐르는 물의 60-70%가 상류에 위치한 하수처리장 방류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4대강 살리기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주민들에게 친수공간을 제공하는 국토선진화 사업으로 우리의 열악한 하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4대강 살리기는 운하사업이 아니다.
4대강 살리기는 한반도 대운하 계획에서 물류기능이 매우 약화된 형태의 하천정비 사업이다. 대운하계획은 물류비용 절감, 물 관리 혁신, 내륙개발, 관광산업 활성화, 그리고 일자리 창출 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특히 내륙수로를 통한 친환경 저비용 물류수송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4대강 살리기는 낙동강과 남한강을 연결하는 계획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하천정비도 수질개선, 수량증대, 통수단면 확대, 친수공간 확보 등을 위한 것이다.
운송수단으로 사용하는 내륙수로(Inland Waterway)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첫째는 자연수로(Natural Inland Waterway)로 하천에 인공적인 보를 설치하거나 바닥을 준설하지 않고 배가 다니는 경우이다. 우리나라에서 여기에 해당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섬진강 하류에 나룻배가 다니는 정도이다. 둘째는 조절수로(Regulated Inland Waterway)로 하천에 물을 채우기 위해 보를 설치하고 바닥 준설로 수심을 깊게 하여 배가 다니는 것을 말한다. 지금의 한강 본류 서울시 구간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난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사업을 통해 바닥을 준설하고 김포와 잠실에 수중보를 설치하여 수위를 유지하고 여기에 유람선을 띄우고 있다. 셋째가 바로 운하(Canal)라는 것으로 땅을 파서 없던 물길을 만들어 선박을 운항하는 것이다. 이제 곧 착공이 시작되는 경인운하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경부운하도 총 540km 구간에서 40km만 운하라고 할 수 있고 나머지는 조절수로에 불과하다. 만약 40km의 연결구간이 없으면 경부운하도 운하라는 말이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4대강 살리기는 운하 사업이 아닌 한강 본류와 같은 조절수로를 만드는 하천정비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을 할 때 어느 누구도 한강에 운하를 만든다고 하지 않은 것과 같은 이유다. 물론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가 끝나면 운하건설이 쉬워지고 비용도 적게 드는 것은 당연하다. 경부운하를 건설한다면 현재 신곡 수중보, 잠실 수중보, 팔당댐, 그리고 충주조정지 댐에 의해 일부 구간이 이미 조절수로로 되어 있는 한강이 하구언 하나만 만들어져 있는 낙동강보다 비용이 적게 들게 될 것이다.
친환경 저비용, 물류수송 포기하지 말아야
4대강 살리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지만, 한반도 대운하의 물류기능이 크게 약화되어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이 많다. 수로운송은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과거부터 사용되어 온 운송수단이었으나 철도와 도로가 일반화되면서 한동안 활용도가 점차 줄어들었다. 그러나 늘어나는 물동량과 고로교통의 문제점으로 인하여 선진국을 중심으로 운송수단 전환(Modal Shift) 정책이 시도되고 있다. 트럭으로 운반하던 화물을 가능하면 철도나 내륙수로로 전환하자는 것이다(그림 2). 이 정책은 화물 수송뿐만 아니라 도시교통문제 해결에도 적용되고 있다. 지난 몇십년간 승용차에 의존해 오는 것을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고, 대중 교통이나 승용차 함께 타기로 전환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환경문제와 교통혼잡을 해결하려는 시도이다.
내륙수로가 운송수단 전환정책의 중심이 되는 이유는 배는 속도가 늦지만 한번에 많은 량을 싣기 때문에 연료 소모가 적고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그림 3]은 유럽의 내륙수로에 다니는 주요 선박 형태를 보여주는 것으로 배 한 대에 적게는 트럭 14대에서부터 많게는 470대의 화물을 실을 수 있다. 그래서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많은 이점을 가져다 준다.
[그림 4]는 운송수단에 따른 에너지 효율을 보여주는 것으로 좌측은 미국 공병단(US Army Corps of Engineers)에서 제시한 자료로 1갤런의 석유로 1톤의 화물을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이다. 우측 그림은 유럽에서 나온 자료로 5리터의 석유로 1톤의 화물을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이다. 두 그림에서 보듯이 선박은 철도의 2배 정도, 도로(트럭)의 5-8배 정도의 에너지 효율성을 가진다.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다는 것은 그만큼 대기오염 배출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로운송은 도로운송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5에 불과하며, 타이어 마모나 비산먼지가 없고 매연이나 기타 석유 연소로 인한 대기오염 배출이 적어 전체적으로 환경오염 부하는 1/7 정도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교통 체증에 의한 연료 낭비와 대기 오염, 소음 등을 고려하면 수로운송이 갖는 환경 장점은 이보다 훨씬 크다.
[그림 5]는 유럽에서 내륙에 다니는 선박과 트럭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을 비교한 것이다. 지구온난화 물질인 이산화탄소의 경우 선박과 트럭의 배출량에서 큰 차이를 보이며, 교통 혼잡시 그 차이는 더욱 커진다. 광화학 스모그의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의 경우 선박이 트럭보다 적게 배출하지만 그 차이는 이산화탄소만큼 크지 않다. 에너지 효율에 비해 질소산화물 배출량의 차이가 크지 않은 이유는 선박과 트럭에서 사용하는 연료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기오염 규제 강화로 지난 1990년 이후 지금까지 선박과 트럭 모두 질소산화물 배출이 조금씩 개선되어 오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내륙수로에 다니는 선박에 저감장치를 부착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 경우 선박은 트럭에 비해 이산화탄소 뿐만 아니라 질소산화물도 크게 줄어든다(그림 5).
철도의 경우 비산먼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기오염물질은 사용하는 전력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앞서 에너지 효율성 비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동일한 연료를 사용할 경우 기차가 선박에 비해 두배 가까운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한다. 그러나 석탄화력, 수력, 원자력 등을 사용하는 전력의 발전 형태에 따라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다르고 환경영향도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수력이나 원자력으로 생산된 전력을 사용하는 기차는 대기오염배출은 적지만 댐 건설로 인한 생태계 피해나 핵폐기물과 같은 또 다른 환경문제를 야기한다. 철도의 근본적인 문제는 도로교통의 수십배에 달하는 소음과 진동이다. 이것은 현대기술로도 쉽게 해결되지 않으며 사람뿐만 아니라 생태계에도 심각한 피해를 준다.
도로운송은 수로운송에 비해 환경파괴도 매우 심하다.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산을 자르고 터널을 뚫고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지면을 덮어야 한다. 일례로 2004년 12월에 완공된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보면 경기도 여주에서 경상북도 김천까지 총 151km에 터널 20곳(18.3km), 산을 깎은 절개지 405곳(94km),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은 도로용지가 무려 10.6제곱km에 달한다. 철도는 차량이 길기 때문에 도로보다 직선을 요구하여 건설시 터널과 절개지가 더 많이 발생한다. 여기에 비해 수로 건설은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자연이 만든 하천을 준설하고 정비해서 물류수송에 이용하기 때문에 환경파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도로 건설로 인한 환경파괴를 방지하자는 것이 현재 유럽연합에서 추진하는 운송수단 전환 정책의 또 다른 이유이다.
수로운송은 비용 측면에서 도로나 철도에 비해 월등히 우세하다. [그림 6]은 네덜란드 내륙수로 정보청(Inland Shipping Information Agency)에서 나온 자료로 100tkm(톤 킬로미터: 화물무게와 이동거리의 곱)당 도로운송은 2.45유로, 철도는 2.29유로가 소모되는데 비해 수로운송은 그 절반에도 해당하지 않는 0.92유로에 불과하다. 이 비용은 건설이나 유지관리와 같은 내부비용과 외부비용을 모두 합산한 것이다. 물론 국가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겠지만, 유난히 비싼 땅값으로 인해 도로와 철도 건설이 비용이 많이 들고, 화물 트럭에 의한 도로교통 사망률(인구 10만명당 16.3명 사망, 차량 1만대당 사망사고가 승용차는 3.8건인데 비해 화물트럭은 18건, 2005년 통계청)이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눈여겨보아야 할 자료이다. 수로운송은 국가 소유의 땅인 하천을 이용하고 사고율도 도로운송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유럽과 미국의 수로운송 현황
유럽연합은 운송수단 전환정책의 일환으로 2001년부터 도로운송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고, 2003년에는 마르코 폴로 계획(Marco Polo Plan)을 발표하여 수로운송을 장려하기 시작했다. 이 계획은 2013년까지 총 8억2천 유로(약 1조 5천억원)를 투입하여 내륙수로를 확장하고 현대화하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이 계획에서 1유로를 수로운송에 투자할 경우 6유로의 환경편익이 돌아온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곧 환경을 위해 수로운송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2006년에는 내륙주운 확대에 필요한 투자유치, 기술향상, 인력양성, 기반시설구축, 정책 및 법적 제도 게선 등을 연구하고 발전시키기 위하여 나이아데스(NAIADES)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현재 유럽연합은 이 프로그램을 통하여 선박운항의 현대화, 사용연료의 질,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교통시스템의 운영, 내륙운송체계의 혁신을 위한 연구지원 등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2008년) 10월에는 나이아데스 프로그램의 연구 결과를 내륙수로운송 활성화에 실제 적용하는 플라티나(PLATINA) 프로젝트를 시작하였으며, 현재 유럽연합 9개 국가가 8백 5천만 유로를 지원받아 이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유럽에는 현재 18개국에 총 35,000km의 내륙수로가 수많은 도시와 산업지역을 연결하고 있으며(그림 7), 이들 국가 중에서 네덜란드(2,200km), 독일(7,500km), 벨기에(1,600km), 프랑스(8,800km) 등에서 화물수송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중심으로 하는 서북 유럽의 항구도시들은 들어오고 나가는 물동량의 43%를 내륙수로를 통해 처리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총 물류의 29%, 벨기에는 13%를 수로운송에 의존하고 있다. 도로와 철도망이 세계에서 가장 잘 발달되어 있다는 독일의 경우도 물동량의 70%를 도로, 15%를 철도, 15%를 수로를 통해 운송하고 있다.
국토의 절반 가량이 사막 건조기후 또는 산악지대이기 때문에 유럽에 비해 수로운송이 비교적 저조한 미국에서도 지난 1990년대부터 도로교통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가능하면 많은 화물을 도로에서 수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65.9%를 도로, 15.7%를 철도, 6.2%를 수로운송, 나머지는 연안 해운과 항공에 의존하고 있다. 1992년에 나온 미국 미네소타주(미시시피강 상류에 위치한 주) 교통국 보고서는 화물을 트럭에서 1,500톤급 바지선으로 전환할 경우, 연간 8.3배 연료절감과 7.1배 배기가스 감소, 그리고 60배 교통사고 발생확률 저감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철도에서 1,500톤급 바지선으로 전환하더라도, 연간 3.3배 연료 절감과 4.7배 배기가스 감소, 그리고 2.9배 교통사고 발생확률이 저감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림 8]은 미국의 내륙수로를 보여주는 것으로 총 11,000마일(17,700km)에서 6억톤에 달하는 화물을 수송하고 있다. 그림 좌측 하단의 설명 자료는 미공병단에서 나온 것으로 수로운송 비용이 철도의 2/3, 도로의 1/10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이는 우리가 특별히 주목해야 할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체 물류의 89%를 도로, 9.4%를 철도, 1.6%를 연안해운에 의존하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 너무 많은 물동량을 도로운송에 의존하기 때문에 국가 물류비용이 2004년 현재 국민총생산(GDP) 대비 무려 12%를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선진국의 8%와 비교하면 너무 높다. 기업물류비도 매출액 대비 9.7%로 미국 7.5%, 일본 4.8%에 비해 너무 높아 기업생존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그림 9]는 네덜란드와 프랑스의 내륙수로 이용 현황을 보여주고 있다. 위의 그래프는 네덜란드의 전체 물동량과 운송수단별 변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물동량 증가와 함께 수로와 도로운송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아래 그래프는 프랑스의 주요 수로별 물동량 변화를 변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최근 물동량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2000년에서부터 2005년 사이에 2배로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유럽이나 미국에 있는 수많은 내륙수로 중에서 일부 수로는 지역의 산업이 침체되었거나 도로 및 철도 여건이 우수해 수로의 활용도가 떨어진 경우도 있다. 운하반대론자들은 해외 사례에서 활용도가 떨어지는 불량운하를 주로 인용하여 마치 수로운송이 사양길에 들어서는 것처럼 오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곳곳에는 과거에 요긴하게 사용하다 지금은 폐쇄된 철도와 도로가 얼마든지 있다. 그렇다고 도로나 철도를 건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외국의 불량운하 한두 개 찾았다고 해서 운하건설은 절대 안된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다. 뿐만 아니라 운하반대론자들은 서계 어느 선진국에서도 지금 이 시대에 운하를 건설하는 곳은 없다는 거짓 주장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전혀 다르다. [그림 7]의 유럽수로 중에서 점선으로 된 것은 현재 프랑스가 시공 또는 계획 중에 있는 총 605km에 해당하는 수로들(파리에서 릴까지 105km, 파리에서 브뤼셀 106km, 리옹에서 낭시까지 220km 등)이다.
강의 배는 산과 바다로 간다.
수로운송은 비용측면에서는 월등히 우세하지만 속도가 느린 것이 큰 단점이다. 특히, 산악지형에서는 여러 개의 갑문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통과 속도가 더욱 느리다.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잘못되거나 불가능한 일을 의미하는 고정관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한반도 대운하 계획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나 현대 기술의 발달은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림 10]의 위쪽은 영국 스코틀랜드 지방에서 2002년에 완공된 팔커크 휠(Falkirk Wheel)로 두 대의 배를 바퀴의 위와 아래 수조에 넣고 돌려서 35미터의 높이를 오르내릴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과거부터 사용해 오던 갑문에 비해 배가 물 사용 없이 높은 고도를 빠른 시간에 오르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바퀴의 구조적 안전성 때문에 배의 무게와 고도에 한계가 있다. 뿐만 아니라 두 배가 동시에 오르고 내려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림 중간에 있는 벨기에의 스트레피-티유(Strepy-Thieu) 선박승강기(Ship Lift)는 2003년에 완공된 것으로 이러한 단점을 극복했다. 수천톤급의 배를 수조에 넣고 73미터 높이를 단 7분만에 오르내리게 하며 물 사용도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 내려오는 배가 올려놓은 추를 다시 사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도 크지 않다. 선박 승강기 기술은 더 무거운 배를 더욱 높은 산으로 빨리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현재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 외에도 유럽에는 경사진 곳에 배를 끌어올리는 곳도 있고 고가도로 형태의 수로를 만든 곳도 있다. [그림 10]의 아래쪽은 독일 마그데부르그(Magdeburg) 운하에 있는 것으로 배가 다리 위로 지나갈 수 있게 되어 있다.
이처럼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이 과거에는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 실제로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배가 하늘로 가는 세상에 살고 있다. 비행기가 곧 하늘로 가는 배인 셈이다. 우리말에는 배와 비행기를 구분하여 선체와 기체, 선장과 기장 등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영어로는 선체와 기체 모두 'Vessel'로, 선장과 기장을 'Captain'으로 부르고 있다. 또한 항구와 공항에는 각각 Sea Port와 Air Port라는 말을 쓴다. 이처럼 서구에서는 비행기를 사용 초기부터 하늘로 가는 배로 생각하고 있다. 배가 하늘로 가는 세상에서는 배가 산으로 오르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강의 배는 산으로 갈 뿐만 아니라 바다로도 간다. 물론 내륙수로에 다니는 배가 태평양을 넘는 모험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낙동강의 배가 일본까지, 영산강의 배가 중국 정도는 갈 수 있다. 이것은 이미 유럽에서 행해지고 있는 사실이다. [그림 3]에 있는 대형 선박들은 강과 바다를 동시에 갈 수 있는 내륙연안 주운겸용(Sea River Vessel)이다. 이것은 내륙도시가 국제항구가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사회간접시설은 미래를 보고 투자해야
우리나라는 물동량이 경제성장과 함께 계속 증가해 왔다. 특히, 수입과 수출이 늘어나면서 컨테이너 물동량은 급속히 늘어났다. 비교적 경제성장이 저조했던 지난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컨테이너 물동량은 900만 TEU(Twenty-foot Equivalent Unit Container의 약자로 부피로 환산한 화물량, 1.5TEU가 15톤 트럭 한 대 분량)에서 1,500만 TEU로 증가했다. 정부는 이 컨테이너 물동량이 2020년까지 4,700만 TEU로 증가할 것이며 같은 기간 항만 전체 물동량도 9.8억톤에서 18.8억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그림 11). 이는 곧 항만물동량은 2배, 그리고 컨테이너 물동량은 3배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정부 예측대로 물동량이 증가한다면 계속해서 고속도로나 철도를 건설해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의 고속도로와 철도로는 늘어나는 수송 물동량을 모두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현재 3,100km의 고속도로를 2020년까지 6,000km로 늘일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그러나 고속도로 건설은 환경파괴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우리나라를 고비용 물류수송 국가로 남게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인구와 산업이 밀집해 있으며 수출입 물동량의 대부분이 부산항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늘어나는 물동량 중, 특히 수출입 컨테이너의 대부분은 경부축을 오가게 된다. 부산항은 싱가포르, 홍콩 등과 더불어 물동량 면에서 세계 5대 초대형 항구(Mega-port)이며, 여기서 현재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의 79%가 처리되고 있다. 수도권과 부산항을 오가는 수출입 컨테이너를 가능한 한 많이 경부운하로 전환할 경우 고속도로 확장을 줄일 수 있다.
경부운하의 대안으로 부산항에 정박하는 선박을 인천항이나 평택항으로 연장하는 것을 제안하기도 하지만 대형 선박의 경우 이것은 불가능하다. 대형 선박은 세계 주요 항구를 순회하면서 화물을 싣고 내리는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에 부산항에 정박하는 대형 화물선은 인천이나 평택과 같은 수도권 항구로 들어올 수도 없고 들어온다 하더라도 시간과 경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수도권의 수출입 화물은 대부분 부산항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사회간접시설은 미래를 보고 투자해야 한다. 사회간접시설은 우리의 국민소득이 3-4만불이 될 시기에 늘어날 물동량을 예상하고 지금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수출대국이며 수도권과 부산항 사이에 존재하는 독특한 현실을 감안하여야 한다. 아울러 선진국의 운송수단 전환 정책을 본받아 앞으로 가능하면 많은 화물을 수로운송으로 돌려야 한다. 빨리 수송해야 하는 화물은 트럭을 이용해야 하겠지만, 수송 시간이 중요하지 않고 창고에 보관할 것들은 수로운송으로 전환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크게 이익이다.
뿐만 아니라 경부운하는 경부 축에 새로운 고속도로를 건설하지 않고도 소통을 원활하게 해 줄 것이다. 만약 2,500톤급 배가 트럭 150대분을 싣고 1시간당 편도 한 척만(일일 왕복 48척) 운행한다면 1일 왕복 7,200대의 트럭이 고속도로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 안전거리 100m를 확보해서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이 거리는 720km로 서울-부산을 돌아서 다시 대전까지의 거리이다. 수로운송이 갖는 엄청난 위력이다.
환경관리 3대 원칙을 지켜야
한반도 대운하 계획이 반대여론에 밀리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선 공약으로 정치 쟁점화 되어 조직적인 반대세력이 형성되었고,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기에는 정책이 너무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대국민 홍보와 합의를 구하는 과정을 충분히 갖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특히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국민들에게 환경관리 3대 원칙에 관한 확신과 미래를 가정하여 경제성을 따져보는 안목을 심어주지 못한 것도 주요 원인이다.
환경관리 3대 원칙이란 사전예방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 지속가능발전의 원칙(Principle of Sustainable Development 또는 Generation Equity Principle), 그리고 악화금지의 원칙(Anti-Degradation Principle)을 말한다. 일반 국민들은 환경관리 3대 원칙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본능적으로 이점에 대해 우려하는 것만은 확실하다. 사전예방의 원칙은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으면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논리로 매우 보수적인 접근을 요하는 원칙이다. 운하정책에서는 먹는 물 문제가 여기에 해당한다. 혹시라도 선박 사고가 나면 대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다. 지금의 정수기술이나 선박기술에 비추어 식수 재앙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고, 현재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배가 다니는 물로 수돗물을 만들어 먹고 있다. 그러나 배가 다니는 물로 먹는 물을 만들지 않고 취수원 이전이나 간접 취수와 같은 선진 취수방법으로 전 국민에게 1등급의 물로 수돗물을 만들어 공급하겠다는 약속과 설득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유럽이나 미국은 이미 19세기부터 배가 다녔고, 후에 도시가 성장하면서 그 물로 수돗물을 만들었기 때문에 거부감이 별로 없다. 우리의 경우는 지금까지 상수원에서 낚시도 못하게 해 놓고 배 다니는 물로 수돗물을 만든다고 하니 엄청난 거부감을 유발하게 된 것이다. 더구나 과학보다 정서에 좌우되는 우리의 국민성으로는 쉽게 용납될 사항이 아니다.
지속가능발전의 원칙은 미래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능력을 손상시킴 없이 우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을 의미한다. 운하정책에서 여기에 해당되는 것이 낙동강과 남한강을 연결하는 터널 굴착이다. 터널을 뚫으면 산림훼손 및 생태계 단절 방지, 동절기 수로 결빙 방지 등 몇 가지 장점이 있으나 배가 다니는 대형광폭터널은 그 자체가 너무나 큰 환경파괴가 된다. 혹시라도 몇 백년 후에 더 좋은 운송수단이 나와 우리 후손들이 원하지 않을 경우 복원이 불가능하다. 또한 태백산맥에 엄청난 규모의 터널을 뚫어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국민들의 우려도 매우 크다. 하천 복개나 댐 건설과 같은 것은 우리 후손들이 원하지 않을 때 다시 복원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터널은 한번 뚫으면 영원히 지속되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대형광폭터널이 반대여론을 증폭시키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악화금지의 원칙은 어떤 개발사업도 지금보다 환경의 질을 악화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이다. 개발사업으로 환경이 악화되는 것을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개발사업은 악화금지의 원칙이 지켜져야 여론의 지지를 받는다. 환경은 모든 국민이 누리는 공공의 자원이지만 개발사업의 혜택은 관련자 일부에게만 돌아가기 때문이다. 만약 그 사업으로 인해 환경문제가 생기면 관련자 일부만이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것도 또 다른 이유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운하사업이 열악한 우리의 하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것인데 대국민 홍보와 설득의 부재로 인해 환경파괴와 재앙으로 오도되었다는 점이다. 하천수질을 개선하고 습지를 만들어 생태계를 복원하며, 도로건설로 인한 환경파괴를 방지하고 연료소모를 줄여 대기오염을 저감하는 등 다목적 환경개선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엄청난 재앙의 원인으로 오해하게 되었다. 이점에 대한 국민들의 오해는 4대강 살리기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다.
맺음 말
한반도 대운하 계획은 물 마른 4대강에 물을 채워 부족한 수자원을 확보하고 수질을 개선하며, 여기에 배를 띄우고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 여론에 밀려 4대강 살리기로 가게 되었다. 선진국들은 환경과 도로교통 문제를 해결하고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하여 운송수단 전환정책을 서두르고 있는데, 우리는 물류기능을 약화시킨 4대강 살리기로 그친다면 이는 커다란 국익 손실을 자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4대강 살리기만으로도 한반도 대운하 계획에서 의도했던 홍수방지, 수자원 확보, 수질개선, 생태계 복원, 친수공간 확보, 관광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과 같은 여러 목적들이 상당부분 달성될 것이다. 동시에 그동안 운하 반대론자들이 주장했던 홍수발생, 수질악화, 생태계 파괴 등이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인구와 산업이 수도권에 밀집해 있고 수출입 물동량의 대부분이 부산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우리의 국토 현실에서 경부 축에 친환경 저비용 수송운송 계획이 사라진다는 것은 너무 아쉽다. 특히 총 사용 에너지의 97%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에너지 수입액이 전체 수입액의 26.6%(2007년 기준)나 차지하는 세계 10대 에너지 소비국으로써 에너지 절약형 수로운송을 포기한다는 것은 결코 현명한 결정이 아니다. 안타까운 것은 유럽이나 미국에서 환경을 위해 수로운송을 장려하고 있는데 우리는 환경을 이유로 포기한다는 사실이다. 지금과 같이 인터넷이 발달하고 과학적인 예측이 가능한 시대에 오도된 환경논리가 판을 치고 있다는 것도 정말 답답하다. 이 글에서 지금까지 제시한 자료들의 대부분이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누구나 운하를 처음 접하게 되면 오래 전에 사라진 느린 수송수단과 토목공사만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하천과 물류현실, 그리고 새로운 기술과 문명에 눈을 떠보면 생각은 달라질 것이다. 아무쪼록 4대강 살리기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국민들의 오해를 풀어주고 미래를 보는 새로운 안목을 키워 하루빨리 대운하 계획이 추진되길 바란다. 이를 위하여 보다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와 설득이 필요하며 반대론자들의 근시안적인 주장에 대해 정부 차원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설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여론 수렴 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보다 현명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이 부강한 환경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다.
참고문헌
박석순, '긍정의 눈으로 본 한반도 대운하', 첨단환경기술, 2007년 7월호
박석순, '제7부, 한반도 대운하와 새로운 국토관리', 부국환경담론: 부강한 나라가 환경을 지킨다. 사닥다리, 324쪽, 2007
박석순, '시카고의 환경재난과 과학적인 환경 사랑', 첨단환경기술, 2009년 1월호
박재광,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고찰',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 2008년 춘계학술대회 발표자료집, 93-128쪽, 2008
박은호, '100 마리 중 8마리 암수한몸, 붕어요리 먹기 찜찜하네 - 환경호르몬 영향인 듯' 조선일보, 2007년 1월 4일
한반도 대운하연구회, '한반도 대운하는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물길이다', 경덕출판사, 676쪽, 2007
한반도 대운하연구회, '한반도 대운하 희망 스토리', 개미와 베짱이, 232쪽, 2008
추부길, '왜 한반도 대운하인가', 말과 창조사, 342쪽, 2007
http://ec.europa.eu/transport/inland
http://homepage.cae.wisc.edu/~park/waterway
http://www.britishwaterways.co.uk
http://www.bureauvoorlichtingbinnenvaart.nl
http://www.inlandnevigation.org
http://www.nwk.usace.army.mil
http://www.vnf.fr
http://www.seine-nerd-europe.com
http://www.thefalkirkwheel.co.uk
http://www.worldcanals.com
http://www.wsv.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