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나오는 화폐 단위들
화폐를 나타내는 데 쓰인 단위들은 구약보다는 주로 신약에 등장한다. 화폐 가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많이 변동되기 때문에 화폐의 단위들을 현재의 단위로 표현하는 것은 불확실한 면이 많다. 화폐의 단위들에 대해서는 화폐 간의 상대적인 가치가 어떤지, 당시 노동자의 하루 품삯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의 가치에 해당했는지 정도만 규정할 수 있다.
1. 데나리온
신약의 여러 구절에 등장하며(마 18:28; 20:2,9,10,13; 22:19, 막 6:37; 12:15; 14:5, 눅 7:41; 10:35; 20:24, 요 6:7; 12:5, 계 6:6), 헬라어를 음역한 것이다.
“데나리온”은 은으로 만든 로마의 화폐였는데, 이것이 바로 당시 “노동자의 하루 품삯”에 해당하는 돈이었다. 성경에도 그런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가 등장한다. 마태복음 20:1-16에서 예수님께서는 포도원 일꾼들의 비유를 말씀하시는데, 거기에 이런 대목이 등장한다. “그가 하루 한 데나리온씩 품꾼들과 약속하여 포도원에 들여보내고”(마 20:2). “데나리온”은 또한 로마 제국에 세금을 내는 데 쓰던 화폐이기도 하다(마 22:19).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눅 10:30-37) 그 선한 사마리아인이 강도에게 공격당한 사람을 돌봐 달라고 여관 주인에게 일차적으로 맡긴 돈은 “두 데나리온”이었다(눅 10:35).
예수님께서 “보리떡 다섯 덩이와 작은 물고기 두 마리”로 남자 5,000명과 여자들과 아이들을 먹이시는 기적을 행하시기 전에, 사도 빌립은 이 많은 사람을 먹이려면 “200 데나리온” 곧 노동자가 200일간 일해서 벌 수 있는 돈으로 빵을 사더라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요 6:7). 그의 계산은 상당히 정확했다. 성인 남자만 5,000명이니(마 14:21) 전체 인원은 10,000명 정도 되었을 것이다. 빌립의 계산을 우리 식으로 표현해 보면 이렇다. “음, 한 사람 앞에 고작 2,000원짜리 식사를 사서 제공한다 해도 10,000명이 넘으니 최소 2천만원 정도의 돈이 들어갈 것이다. 이것은 하루에 10만원 버는 노동자를 기준으로 생각해도 200일간 일해야 하는 엄청난 돈이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계산이지만, 거기에는 “하나님”이 누락되어 있다.
베다니의 마리아가 예수님의 발에 부은 감송 향유는 “1 리트라” 곧 약 350g 정도였다. 시중에서 파는 작은 우유팩 1개보다 약간 더 나가는 무게다. 그런데 그 감송향유의 가격은 매우 비쌌다. 마리아는 그것을 예수님께 바치던 현장에서 가룟유다에게 이런 비난을 받았다. “이 향유를 어찌하여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지 아니하였느냐”(요 12:5). 마리아는 조그만 옥합에 든 그 향유를 사는데 노동자가 300일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투자했던 것이다. 마리아가 예수님께 바쳤던 그 향유를 두고 성경은 “매우 값진” 것이었다고 기록했다(마 26:7, 막 14:3). 예수님은 유대사회의 중심지인 예루살렘 근방의 무덤에서 썩어가던 마리아의 오라비 나사로를 다시 살리심으로써 대적들에게 위기의식을 크게 불러 일으키셨고, 이로 인해 본격적으로 죽음에 넘겨지게 되셨다(요 11:45-57). 그녀의 사랑하는 가족을 살려 주심으로써 대신 현상수배되어 죽게 되신 예수님께 그만큼을 바친 것이 과연 비난받아야 할 일이었을까? 예수님께서는 “온 천하에 어디서든지 이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서는 이 여자가 행한 일도 말하여 그를 기억하리라”고 하셨다(마 26:13).
마태복음 18:23-35에서는 예수님께서 “용서”를 가르치시기 위해 “일만 달란트 빚진 사람과 일백 데나리온 빚진 사람”의 비유를 말씀하셨다. “데나리온”은 “드라크마”와 마찬가지로 “달란트”의 1/6000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10,000 달란트”는 “60,000,000 데나리온”(=6,000 데나리온 X 10,000) 곧 노동자가 6천만일 동안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이것은 16만 년이 남는 기간이다(60,000일 ÷365일/년 = 164,384년). 다시 말해서 일반 노동자가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계속 살아서 매일 일하여 갚는다 해도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액수다. 그러나 왕에게 그 빚을 탕감받은 그 사람이 “100 데나리온” 곧 노동자가 3개월 남짓(100일간) 일하면 벌 수 있는 돈을 빚진 동료가 그 빚을 빨리 갚지 못한다고 감옥에 가둬 버렸다. 하나님께 용서받아 구원받고서 형제의 잘못을 용서하지 못하는 그리스도인은 이런 사람과 같다.
대환란 때는 “밀 한되, 보리 석되”가 “한 데나리온”에 팔릴 것이다(계 6:6). 여기서 “되”는 “코이닉스”로서 약 1.2L에 해당한다. 하루종일 일하고 번 돈으로 살 수 있는 식량이 고작 그것뿐인 것이다.
2. 렙돈
신약의 세 구절에 나오며(막 12:42, 눅 12:59; 21:2), 헬라어를 음역한 것이다. “렙돈”은 노동자의 하루 품삯인 “데나리온”의 1/128에 해당하는 헬라 화폐다. 이것은 성경에 나오는 화폐 단위 중 가장 작은 것이다. 그래서 조금도 남김없이 다 갚아야 한다는 표현으로서 “한 푼(렙돈)이라도(the very last mite) 남김이 없이 갚지 아니하고서는”이라는 말이 나온다(눅 12:59).
예수님께서 많은 부자들이 연보궤에 돈을 많이 넣는 가운데 한 과부가 와서 “2 렙돈”을 넣는 것을 보시고, “이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많이 넣었도다”라고 말씀하셨다(눅 21:3). 하나님께서는 표면적인 액수만이 아니라 드리는 사람의 처지와 상황까지도 고려하여 판단하신다. 노동자의 하루 vnatrtdl 10만원이라면 과부가 바친 돈은 1,500원 정도였다(100,000원 X 1/128 X 2 = 1,560). 이것은 그녀가 가진 생계비 전부였다(눅 21:4).
3. 고드란트
신약의 두 구절에 나오며(마 5:26, 막 12:42), 헬라어를 음역한 것이다. 성경 구절 자체에서 밝혀주고 있듯이(막 12:42) “1 고드란트”는 “두 렙돈”이며, “데나리온”의 1/64에 해당하는 화폐 단위로서 성경에 나오는 화폐 단위 중 두 번째로 작은 것이다. 하지만 “렙돈”은 헬라 화폐이고 “고드란트”는 로마 화폐이기 때문에, “고드란트”가 성경에 나오는 로마 화폐 중에서는 가장 작은 것이다. 그래서 “렙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눅 12:59), 조금도 남김없이 다 갚아야 한다는 표현으로서 “네가 한 푼(고드란트))이라도(till thou hast paid the uttermost farthing) 남김이 없이 다 갚기 전에는”이라는 말이 나온다(마 5:26).
4. 앗사리온
신약의 두 구절에 나오며(마 10:29, 눅 12:6), 헬라오를 음역한 것이다. “앗사리온”은 “데나리온”의 1/16에 해당하는 화폐다. 성경에서 “앗사리온”은 참새의 가격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만 나온다. 마태복음 10:29에서는 참새 두 마리가 “1 앗사리온”에 팔린다고 되어 있고, 누가복음 12:6에서는 참새 5마리가 “2 앗사리온”에 팔린다고 되어 있다. 이것을 두고 성경의 모순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참새 2마리가 “1 앗사리온”이면, 참새 5마리는 그 수가 2.5배로 늘어났으므로 “2 앗사리온”이 아니라 “2.5 앗사리온”이어야 맞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건을 많이 사면 좀더 할인해 주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5. 므나
신약의 한 가운데, 곧 “므나 비유”에서만 등장하며(눅 19:13,16,18,20,24,25), 헬라어를 음역한 것이다. “므나”는 “100 데나리온”에 해당하는 화폐 단위다. “므나 비유”에서 귀인은 자기 종들에게 “1 므나”씩, 곧 노동자가 “100일간” 일해서 벌 수 있는 돈을 각자에게 주고 장사하라고 하면서 떠났다. 노동자의 하루 품삯을 10만원으로 생각하면, 각자에게 1,000만원씩 주고 떠난 것이다. 신실하게 일한 종들은 그것을 10배, 5배로 늘림으로써 10개, 5개의 고을을 다스리는 권세를 부여받았지만, 주인께 받은 “1 므나”를 활용하지 않은 종은 그것마저 빼앗기고 빈털터리가 되었다(눅 19:12-27).
6. 달란트
앞에 언급했듯이 “1 달란트”는 “6,000 데나리온”에 해당한다.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달란트 비유”는 누가복음 19장의 “므나 비유”와 비슷하지만, 종들에게 맡긴 액수가 전혀 다르다. ‘달란트 비유“에서 주인은 종들에게 서로 다르게 ”5 달란트“, ”2 달란트“, ”1 달란트“를 맡겼다. 하지만 가장 적게 받은 사람도 노동자가 6,000일간 곧 16년 이상(6,000일 ÷ 365일/년 = 16.4년) 일해야 벌 수 있는 액수를 받은 것이다. 모두가 자산을 2배로 늘림으로써 주인께 칭찬받고 통치권을 부여받았지만, 주인께 받은 ”1 달란트“를 사용하지 않은 종은 그것을 빼앗길 뿐만 아니라 영원한 형벌의 장소로 던져졌다(마 25:30, cf. 마 8:11,12). ”달란트 비유“의 이 ”악한 종“은 교리적으로는 그리스도인에게 적용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7. 기타 단위들
성경에서 화폐의 단위로 두드러지게 쓰이지는 않았지만 화폐 단위에 속하는 것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a) 드라크마: 누가복음 15:8-10의 “잃어버린 은전의 비유”에서 “은 열 개”, “한 개”에 해당하는 헬라어 원어는 “10 드라크마”, “1 드라크마”다. “드라크마”는 로마 화폐인 “데나리온”과 마찬가지로 노동자의 하루 품삯에 해당하는 헬라 화폐다. 그러므로 드라크마의 가치는 “달란트”의 1/6000에 해당한다.
(b) 디드라크마: 마태복음 17:24에서 “세금”이라고 번역된 헬라어 원어는 “디드라크마”의 복수형이다. “디드라크마”는 “2 드라크마”에 해당하는 헬라 화폐다.
(c) 스타테르: 마태복음 17:27에서 “동전 한 개”라고 번역된 헬라어 원어는 “스타테르”다. “스타테르”는 “4 드라크마”에 해당하는 헬라 화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