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내가 좋다
나는 이런 아내가 좋다.
세면기가 막혔을 때 파이프를 해체하여 박힌 머리카락을 제거하는 것은 내가 하지만, 파이프가 고정이 되어서 분해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직접 약품을 써서 세면기를 뚫어내는 아내가 좋다.
변기가 막히면 진공 펌프를 사용하여 뚫을 경우는 내가 하면 되지만 집에 진공펌프 두는 것을 싫어하여, 직접 변기에 비닐을 덮어서 진공으로 만들고 어떻게 하여 그 문제를 처리해 내는 아내가 좋다.
전축을 가지고 이사할 때 자리를 잡고 나면 뒤쪽 배선을 제대로 연결하는 아내가 좋다.
콩나물이 싸다고 콩나물을 잔뜩 사서 콩나물밥을 해 주는 아내가 좋다.
여름이 지나가면 그동안 사용하던 선풍기를 다 분해해서 구석구석 닦아서 포장을 해 두는 아내가 좋다.
11월이 되면 성탄추리 장식을 꺼내서 조립을 하고 전구를 연결하여 한번 불을 켜 두는 아내가 좋다.
가게마다 다른 물건값을 일일이 기억하여 그 중에 어느 곳이 가격이 가장 싼지를 정확하게 짚어내던 아내가 좋다.
지금은 기억력이 떨어져 금방 했던 말도 잊어버릴지라도 아내가 좋다.
지금은 허리가 아파서 구부리고 걸레를 빨지 못하여 언제부턴가 걸레 빠는 일은 내 몫이 되었어도, 빨아준 걸레로 집안 구석구석 먼지를 닦아내는 아내가 좋다.
허리를 구부리지 못하여 언젠가부터 목욕탕 청소가 내 몫이 되었어도, 청소하기 전에 목욕탕 집기들을 치워주는 아내가 좋다.
겨울에는 목이 긴 양말을 신으면 발목이 간지럽다는 말에 목 짧은 양말을 사다주는 아내가 좋다.
남아공 계시던 선교사님 가족이 와서 한달간 머물 집에 갖춰야 할 물건들을 세밀히 살펴서 준비해 주는 아내가 좋다.
부부싸움을 하여 각방에서 자야할 형편이 되더라도 하루를 넘기지 않고 먼저 내가 자는 방으로 찾아와 주는 아내가 좋다.
내 믿음이 덜 성숙했을 때 부족했던 모습들을 속으로 참아주며, 지혜롭게 머리인 남편의 목 역할을 하며, 존경한다는 말로 남편을 세워주는 아내가 좋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아내가 좋은 가장 큰 이유는 그냥 내 곁에 있어주어서 좋다.(2012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