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줄
김경태 지음 (포항공대 교수, 분자신경생리학, ktk@postech.ac.kr)
미국 서부의 캘리포니아 주 북부 해변에 아름다운 도시 샌프란시스코가 자리 잡고 있다. 이 도시는 해안에 위치하고 있어서 바닷물이 들어 온 만(灣)의 양쪽을 연결시키기 위해 다리들이 건설되어 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골든게이트 브리지(Golden Gate Bridge), 즉 금문교이다. 색깔로 말하자면, 금색이라기보다는 붉은 황색이고, 다리를 한번 지나가는데 통행료를 3달러나 받기 때문에 왕복하면 6불이 든다.
<이미지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Golden_Gate_Bridge>
이 다리는 우리나라의 63빌딩의 높이와 맞먹을 정도의 주탑이 두 개 서 있는데 각 주탑의 높이는 227.4미터에 달한다. 두 개의 주탑에 폭 27.4미터, 길이 2,737미터나 되는 다리를 줄로 연결하여 매달아 놓았다. 이런 형태의 다리를 현수교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에도 부산의 광안리 해수욕장 앞에 광안대교가 설치되어 아름다운 현수교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금문교는 조셉 스트라스(Joseph Strass)와 그의 조수 찰스 엘리스(Charles Ellis)에 의해 설계되었다. 1933년 1월에 기초공사를 시작한 이래 4년 넘게 공사를 진행하여 1937년 5월 27일에 완공하였다. 금문교 다리 위 오른 쪽으로 인도가 설치되어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도록 했는데 나도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여 금문교 중간까지 걸어가 아득한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바다 수면에서 다리까지 67미터 높이인데 태평양의 넘실거리는 파도가 교각을 때리면서 하얗게 부서지는 모습을 보며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다리 중간으로 바람이 세차게 불 때가 많아 심할 때는 시속 100 Km가 넘는 강풍이 분다고 한다. 이런 강풍에 견디도록 하기 위해 금문교는 튼튼하게 지어져야 했다. 강풍에 견디기 위해 금문교는 좌우 8.4 미터, 상하 5미터까지 흔들려도 문제가 없도록 설계되었다.
금문교 남쪽에는 금문교 기념관이 있어 공사를 진행하면서 있었던 장면들을 사진으로 전시하고 있고, 또한 다리를 지지해 주고 있는 실제 케이블을 전시하고 있는데, 케이블의 단면을 들여다보니 수많은 철사들이 모여 하나의 굵은 케이블을 이루고 있음을 알았다.
케이블의 굵기는 92.4cm로 어지간한 고목나무보다 더 굵어 어른이 한 아름에 안기가 힘들 정도였다. 케이블 하나를 만들기 위해 27,572개의 가는 철사가 합쳐졌다. 연필 두께 정도의 철사들을 옮겨온 다음, 한데 묶어 61개의 봉을 만들었고, 이 봉을 압축한 다음 한데 묶어 3피트 굵기의 줄을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가느다란 철사로 케이블을 감아 매끄럽게 끝마무리를 했다. 그래서 12만9천km에 이르는 강철선이 엮어져 굵은 케이블이 되었는데 단면을 보면 수천 가닥의 강철선 다발을 확인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남북을 오가는 수백만 대의 차량이 통과하는데도 끄덕 없이 견뎌낼 수 있는 것은 결국 가는 철사들의 집합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육중한 다리를 떠받치고 강풍과 파도에 견디며 오늘날 샌프란시스코의 명물로 자리 잡고 있는 금문교가 철사를 꼬아 만든 케이블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가느다란 철사 한 가닥으로는 육중한 다리를 도저히 견딜 수 없지만 이들이 모일 때 그 강도는 측량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는 것이다.
신앙의 삶에서도 활력을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혼자서 신앙 생활하는 것보다 여러 형제자매들과 함께 모여 삶을 나누는 아름다운 교제가 있어야 한다. 홀로 있을 때는 낙심해서 넘어지기 쉬워도 곁에서 함께 걱정해주고 용기를 북돋워 줄 친구가 있을 때 우리는 이겨나가기 쉽다.
우리의 신앙에도 기복이 있다. 주님만 바라보며 어떤 세상의 유혹이 몰려 와도 끄덕 없이 잘 견디다가도 어느 날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직장 동료의 비난 한마디에 핏대를 올리며 와르르 무너지기도 한다. 매일 말씀을 묵상하며 말씀 가운데 하나님의 약속을 발견하고 기뻐서 눈물을 흘리다가도 어느 순간엔가 왜 이렇게 나는 풀리지 않을까? 과연 하나님은 내 기도를 들어 주시는 걸까 하며 회의에 빠지기도 한다. 이럴 때 함께 하고 같이 있어 주는 신앙의 동지가 필요하다. 세상 사람의 눈에 비치는 교회의 모습이 합리적이지 못해서 여러 가지로 판단당하며 힐난의 소리를 들을 때 이를 혼자서 변호하면서 외로움을 느낀 적이 있다. 그 때 크리스천 동료가 함께 있어 나의 의견에 맞장구를 치며 옹호해주면 큰 힘을 느낀다. 아직 주님을 알지 못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할 때 홀로 할 때보다 크리스천 형제가 함께 하면 더욱 담대해지는 나의 모습도 보게 된다. 그러면서 보다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달할 수 있음을 느낀다.
오늘도 타 대학의 한 학생이 찾아 왔다. 대학원의 입시를 위해 연구실도 돌아보고 이것저것 물어 보기도 하였다. 나는 크리스천 교수로서 가능하면 성실하게 답변하도록 노력했고, 그 학생이 긴장하지 않고 편안히 대화할 수 있도록 애를 썼다. 그리고 나의 연구실에는 그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생이 되어 공부하고 있는 선배들이 있으므로 그들을 만나게 하고, 이어서 선배 대학원생들과 더불어 점심식사를 하면서 교제를 갖도록 했다.
함께한 연구실의 대학원생들이 신앙인이어서 식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신앙이 주는 유익에 대해 얘기가 이루어졌다. 그래서 내가 연구생활에서 신앙인의 자세에 대해 얘기를 하자 같이 있던 대학원 학생도 동의하며 거드는 것이었다. 찾아온 그 학생은 아직 신앙이 없었지만 선생뿐만 아니라 대학원 선배까지 신앙에 대해 얘기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실험이 되지 않아 힘들 때 기도하며 주님의 도우심을 바라면서 다시 시작할 때 의외로 쉽게 풀려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선배의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신앙의 사람들이 함께 할 때 우리는 믿음의 행동을 담대하게 할 수 있다. 혼자서는 움츠러들고 망설여지는 일이라도 크리스천 형제자매들이 함께 하면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힘차게 할 수 있다. 솔로몬이 기록한 전도서 4장 12절에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능히 당하나니 삼겹줄(a cord of three strands)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 했다. 나 혼자 하기보다 가치관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교제할 때 쉽게 넘어지지 않고 강인한 케이블처럼 흔들리지 않는 삶이 된다는 말이다.
믿는 형제자매들과 함께 하는 것 자체가 즐겁고, 진실한 교제를 통해서 우리는 다른 사람의 신앙 자세를 보고 우리 자신을 돌아보며 배우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혼자서는 실패하기 쉽지만 두 사람이면 이를 감당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주님과 함께 하는 삼겹줄이 되어 질 때 쉽게 끊어지지 않는 것이다. 주님께서는 우리 주위에 크리스천 형제자매들을 주셨다. 그들이 우리에게는 소중한 사람들이다. 나의 신앙 열심히 차갑게 식어 용기 있는 삶을 누리지 못하고 세상과 타협하여 적당히 살아가고 있을 때 나의 옆에서 함께 고민하고 위로하며 힘을 주는 소중한 사람들이다.
내가 실수하여 괴로워하고 주눅이 들 때 나의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다. 내게 허락하신 믿음의 사람들을 기뻐하며 그들과 진실한 교제가 이루어지도록 우리의 마음을 열고 우리의 삶을 서로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신실한 신앙의 동지를 많이 알고 그들과 긴밀하며 활발한 교제가 이루어질 때 우리의 삶은 역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 나의 주위에 어떤 믿음의 사람을 주셨는지 살펴보기를 원한다. 주님은 나의 삶을 풍성하게 하기 위해서 믿음의 사람들을 보내주신 것이다. 수많은 철사가 모여 강인한 케이블이 되듯이 주님께서 신앙의 형제자매들을 만나 신앙의 네트워크를 이룰 때 우리의 삶은 어떤 시련에도 견딜 수 있는 견고함이 주어질 것이다. 믿음의 친구를 만날 때마다 나의 삶을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보내주신 하나님의 은혜로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비전을 나누며 함께 사명을 감당하면 훗날 우리에게 주어질 영광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영화로운 것이 될 것이다. 오늘 우리 모두는 나에게 허락하신 믿음의 동지를 살펴보고 그들에게 당신은 하나님께서 나에게 보내주신 참으로 소중한 사람이라고 고백하며 사랑을 표현해 보지 않겠는가!(출처 : '과학으로 하나님을 만나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