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에서 영성으로
이어령 저, 열림원, 2010년 3월 10일 초판 발행, pp.307, 17000원
(2010년 8월 4일 읽음)
지성에서 영성으로 막 입문한 사람의 이야기. "지성에서"라고 말한 것은 그가 작가,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문화부장관 등을 지낸 지식인이라는 의미이고, "영성으로"라는 말은 공식적으로 세례를 받았다는 의미에서 기독교의 영성의 세계로 들어왔다는 의미이다.
75세의 나이에 세례를 받고 공식적으로 기독교인이 되었지만, 저자가 언제부터 실질적인 기독교인이었는지는 성령과 본인이 알 뿐 우리가 알 수는 없다. 다만, 이전부터 학자로서 성경을 읽으면서, 보통의 기독교인 못지 않은 묵상을 했다는 것이다.
첫 부분에서는 세례를 받기 이전부터 무언가 하나님 또는 기독교와 연관이 있고, 기독교를 받아들일 개연성 같은 것을 표현했는데 마치 변증을 적어놓은 듯한 느낌도 들고 했는데, 후반부로 가니까 기존의 기독교인들이 배워야 할 성경 묵상들이 많다.
특히, "예수님의 두 손, 바위와 보자기" 등의 묵상을 보면 영성의 경지에 이른 사람 같다. 선입관인지는 몰라도 전반적으로 지성의 비중이 더 크게 다가오기는 했지만, 늦은 나이에 기독교를 받아들이고 공개적으로 글로 선언한 용기를 높이 산다. 아쉽다면 본인의 신앙고백이 더 진하게 표현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지성적으로가 아니라 영성적으로 좀 더 상세히 표현했으면 좋았겠다.
후반부에서는 딸의 고난을 본다. 그 가정이 겪었던 시련들이 눈에 선하다. 아들의 병을 고쳐주기를 기도하다가 나중에는 '고쳐주지 않더라도' 라는 '비록'의 경지까지 아르는 것을 본다. 결국 작가도 딸의 기도와 권유로 믿음의 길로 들어선 것을 볼 때 가족의 구원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와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함을 본다.
옥의 티: 학교에서 배우는 진화론 교육의 영향이 크다. 본문 31쪽에 이런 문장이 있다. "진화론은 다윈이 아니라 바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은 딱 한번 창조하시지만 그 창조물들은 하나님의 창조정신 속에서 태어난 자연물들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반복하지 않고 새롭게 진화하며 변하고 있는 것이지요." 물론 저자의 의도는 한번 창조하신 하나님이 우주의 운행에도 개입하시고 계신다는 의미이겠지만, 진화라는 단어의 뜻은 다른 종류의 종으로 저절로 우연히 변한다는 뜻으로써, 본문의 문장에 적합하지 않다. 글을 그대로 평한다면 하나님이 진화의 일을 하신다는 생각은 전혀 성경의 원리와 맞지 않다.
우리가 모든 단어의 뜻을 바로 쓰고, 성경의 모든 개념을 다 알고 생활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님의 창조와 적대적인 진화의 진영에서 사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진화'라는 단어의 뜻은 얼바로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