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홀의 인도회상
닥터 셔우드 홀 저, 김원경 역, 좋은씨앗, 2009년 9월 21일 초판 발행, pp.733, 19800원
(2010년 4월 17일 읽음)
독후감: 인도 델리와 데라둔 등 다녀온 지역에 대한 선교일지라서 더 친근감 있게 읽었다. 그의 부모가 1890년부터 한국에서 개척선교를 한 이후, 홀 박사 내외가 역시 한국으로 부임해 1925년 8월부터 1940년 12월까지 사역하다가, 일본의 핍박으로 한국을 쫓겨나 인도로 가서 1941년 1월부터 1963년 11월 70세로 은퇴할 때까지의 사역을 기록했다. 마치 일지를 쓰듯이 기록되어 있는데, 사역의 도중에 기록에 충실했다.
때로는 너무나 소소한 내용까지도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어서, 외부에서 보는 입장으로는 굳이 안 읽어도 되지 않을까 싶은 부분도 있는데, 읽는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부분이 다를 수 있으므로, 적는 사람 입장으로는 상세한 기록이 나을 수도 있다. 선교지의 상황은 그때나 지금이나 거의 비슷한 것 같다. 사람 사는 곳에는 그런 부분이 항상 있기 마련이다. 돈을 따라 움직이는 군상들, 남의 명예를 가로채서 자기의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 후진국의 똑똑한 사람은 자기를 키워준 사람을 밟고 일어서려는 심리 등등 소소한 사항들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선교지가 항상 힘든 것만은 아니다. 나름대로 낙이 있고 보람이 있어서 선교사들이 오랜 세월을 머무는 것이다.
홀 박사 부부는 부부가 의사로서 감리교 선교회에 의해 1925년 8월 한국으로 파송되어 그곳에서 1940년 12월까지 사역하나. 홀 박사는 해주에서 의사로 활동하면서 한국 최초의 결핵요양소를 설립하고 '결핵퇴치 크리스마스 씰'을 한국에 소개했다. 2차세계대전이 시작할 무렵 일본 군부가 외국인과 선교사를 탄압하기 시작하여, 홀 박사도 이때 한국을 떠나라는 명령을 받는다.
1940년 11월, 감리교 선교부는 홀 부부를 인도 아지메르 시 근처의 마다르 통합결핵요양소로 재파송한다. 그때 인도에서 있었던 23년 동안의 선교일지이다.
한국을 떠나는 과정, 그리고 도중에 들렀던 곳 등을 포함하여 요양소에서 겪은 사소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인도로의 선교 혹은 선교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선교사의 생각과 삶에 대해 미리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이렇게 자세하게 선교지의 사정과 선교사의 마음을 기록한 책은 드물 것이다.
책에 대한 요약이 아니라, 읽으면서 밑줄친 부분을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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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님은 종교 분쟁으로 말미암아 서로 다른 종파들이 '이웃'이라는 말의 뜻조차 이해하지 못하게 가로막던 시대를 살아가셨다.
* 물질적 필요를 영적 필요보다 앞세우는 것은 마치 말 앞에 마차를 놓는 것처럼 본말을 전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물질보다 영적 필요를 앞세우는 점에서 우리 셋은 한 마음이 되었다. 내가 인도에 부임한지 얼마 안되어 요양원에서 지도적인 위치를 갖자마자, 나는 인도인 직원들을 불러모아 기도그룹을 조직했다.
* "세상이 바라는 것보다 기도가 더 많은 것을 이룬다"(알프레드, 로드 테니슨)는 사실은 나의 경험을 통해 거듭 확인되었다.
* 수실라는 인도르에 있는 캐나다 미션스쿨을 마친 후 자신이 출생한 병원에서 4년간의 간호사 훈련 과정을 거쳤다.
* 우리를 충성스럽게 후원하고 있는 사람들은 비교적 그렇게 풍족하지 않은 사람들인 경우가 많으며, 만일 그들이 어렵게 번 돈을 우리가 어리석게 사용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오히려 상심하게 될 것이라고 계속 설명을 해나갔다.
* 감리교 교구장인 M.M.P. 싱 목사가 임금 인상 투쟁을 하라고 그를 부추겨 왔다는 것이 아닌가!
* 닥터 바트가 우리 요양원이 맡아놓고 혈액을 사오던 곳이 아닌 사적으로 아는 다른 곳으로부터 혈액을 사오다 보니 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점에 나는 유의했다. … 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도는 다른 기관들과 마찬가지로 전기 메타기를 설치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 닥터 바트는 이런 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의사들을 선동해서 반대하게 하면서 문제를 키웠다. … 게다가 마취의사인 닥터 간디를 해임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그녀가 자금을 착복한 사실이 드러나서 12월 8일, 한달 후에 사임하라고 통고한 것이다. 그녀는 날조된 주장을 펴면서 요양원으로부터 수천루피를 우려내려고 했다.
* 편지에서 친구는 그 가치를 인정받는 기관마다 계속하여 위기를 당하기 마련이라고 말했었다. 그런 위기 때마다 우리가 혼자 위기를 겪지 않고 하나님과 기도의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 1960년 4월에 대통령선거가 있었다. … 서울의 모습은 약 20년 전 우리가 그곳을 떠나올 당시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사람들, 특히 여자들의 의복이 좋아졌다. 넓고 포장이 잘 된 도로가 새로 생겼고, 예전보다 크고 물건이 많은 가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 거리는 지프로 넘쳐나고 있었으나 세금이 높은 승용차는 거의 없었다.
* 우리는 마치 순례자들처럼 서울 외곽의 아름다운 한강 둑에 위치한 공동묘지에 갔다. 그곳에는 우리 아들 프랭크 셔우드(필리스의 쌍둥이 형제)와 나의 아버지, 어머니, 누이, 에디스가 모두 누워있었다.
* 다음 날은 일요일이었다. … 서울 시가를 잘 내려다 볼 수 있는 높은 언덕에 올라 300개가 넘는 교회 뾰족탑들이 하늘로 치솟아있는 모습도 구경했다. 비기독교 세계 그 어느 곳에서 이렇게 고무적인 광경을 볼 수 있겠는가? 5월 1일, 일요일, 우리는 이 교회들 중 한 곳을 방문했다. 교회는 경건한 교인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우리가 영동감리교회를 나오는데, 4월 27일 하야를 하고 은신 중이던 이승만 전 대통령도 부인 프란체스카와 함께 예배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매리언이 그의 사진을 찍으려 하자 그가 선 채로 포즈를 취해주었다. 이것을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얼마 후 그는 고국을 떠났다. 한때 '국부'로 불렸고 1948년에 초대 대통령으로 뽑히고 1952년, 1956년, 1960년에 대통령으로 당선됐던 사람으로서 정말로 슬픈 종말이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