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의 발달과 환경
신동수 (계명대 교수, 화학공학, synnds@kmu.ac.kr) 저
1. 누에와 거미에게서 배운 고분자섬유
고분자는 하나님께서 생명체를 창조하실 때 이미 도입하신 물질인데도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그 신비의 세계가 조금씩 풀려가고 있다. 특히 고분자가 우리들의 생명현상을 다루고 있는 생명과학과 관계가 깊다는 것은 매우 재미난 사실이다. 창세 11:1-9에는 시날 지방 한 들판에서 사람들이 벽돌과 역청으로 도시를 만들고 바벨탑을 쌓은 이야기가 나오고, 출애굽기 2:3에는 왕골상자에 역청과 송진을 발라 아기 모세를 물에 띄워 보내는 장면에서 이미 강화플라스틱을 이용한 실례를 보이고 있다. 아교는 3000년 전부터 사용하였으며, 한국의 옻은 1500년 전부터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미국 뒤퐁회사의 캐러더스는 명주실을 합성하겠다는 집념으로 나일론을 개발하였다. 그 후 액정방사(liquid crystal spinning)를 이용하여 철사의 200배의 강도를 가진 고강도 섬유가 개발되었다. 액정방사는 누에가 옛날부터 명주실을 만들 때 사용해 온 방법이다. 액정의 상태로 명주실 용액을 만들고, 액정방사의 원리로 명주실을 뽑는 누에는 공해가 전혀 없는 이상적인 섬유공장이다.
거미줄은 명주실과 같은 단백질로 되어 있다. 농축된 용액을 실 주머니에 저장하고, 필요할 때 실로 뽑아낸다. 직경 0.001 mm의 질긴 이 실은 한 가닥에 무거운 거미 한 마리가 매달려도 끊어지지 않는다. 더욱 재미난 것은 방사선 모양의 거미줄은 끈적이지 않는 줄을 사용하고, 맴돌이 줄만 끈적이는 줄로 만든다는 것이다. 거미줄을 만드는 이 기술은 아직까지도 과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거미줄에서 끈적이는 실은 원통형으로 생겼으며, 그 속에서 끈적이는 물질이 나온다. 이것은 중공사(hollow fiber)의 모델이 되었다. 직경 0.01 mm의 실 속에 직경 0.005 mm 정도의 구멍을 뚫고 그 속에 향수를 넣어 만든 실로 스타킹이나 손수건을 만들면 세탁을 해도 향수가 없어지지 않는 멋진 제품이 된다. 인체의 핏속에 더러운 것이 있으면 콩팥에서 요소가 혈관으로부터 걸러 나오게 되어 있다. 인공신장은 인조섬유로 만든 중공사를 이용하는 것이다. 거미에게서 배운 이 지혜는 창조 때 이미 하나님께서 사용하신 방법이라는 데서 인간의 지혜가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깨닫게 하는 것이다.
2. 생명의 신비를 이해하려는 노력
살아있는 생명체가 생명이 없는 분자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 있는 사실이다. 오늘날 의 과학은 생체를 이루고 있는, 생명이 없는 분자들을 분리하여 그 구조, 성질과 반응들을 연구함으로써 생명의 신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생명체를 형성하고 있는 분자들은 수 없이 많으며 매우 복잡한 구조이지만 극히 조직적으로 되어 있고, 이들 각각의 분자들은 생명이라는 신비의 현상을 이루기 위해 제각기 특유한 필요불가결의 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화학원소는 100여 가지인데 생명체를 이루는데 필요한 원소들은 대체로 탄소, 수소, 산소와 질소의 네 종류로 되어 있고, 인이나 칼슘과 같은 무기질 원소가 조금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생명체를 이루는 유기화합물의 종류는 엄청나다. 가장 간단한 구조의 박테리아도 적어도 1만여 개의 다른 구조의 특유한 기능을 가진 유기화합물로 되어 있으며, 사람의 몸에는 천문학적 숫자의 유기화합물이 작용하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어떤 방법으로 몇 가지 안 되는 원소들을 이용하여 이렇게 엄청난 종류의 분자들을 만드셨을까? 이상한 것은 그렇게 많은 종류의 분자들을 분석해 보면 이들이 실로 몇 가지 안 되는 기초단위의 분자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인체에는 수백만 가지의 서로 다른 구조와 기능을 가진 단백질 분자들이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백만 가지 이상의 생명체들이 각기 다른 구조의 단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지구상에는 적어도 1조 가지 이상의 천연 단백질이 존재하는 셈이 된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종류의 단백질도 약 스무 가지의 천연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재미난 사실인가? 작은 수의 아미노산으로 이렇게 많은 수의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단백질이 분자량 수백만에 이르는 생체 고분자이기 때문이다. 생물체에는 세 가지의 중요한 고분자가 있는데 그것은 단백질, 다당류와, 생명체의 유전을 지배하는 핵산이다. 사람의 세포핵 속에는 46개의 염색체가 존재하는데 각 염색체는 한 가닥의 매우 긴 DNA 분자로 되어 있고 각 DNA사슬은 제각기 다른 유전정보를 저장하고 있다.
3. 플라스틱 시대가 오다
2000년대에는 시속 300 km로 달리는 고속기차가 등장할 것이며 여객기는 음속의 5배로 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기차나 비행기를 만들려면 강력 플라스틱을 주재료로 쓰지 않으면 안 된다. 강력 플라스틱은 밀도가 철의 1/5 정도로 가볍지만 강도는 철보다 훨씬 더 큰 재료이기 때문에 이것으로 만든 자동차, 기차나 비행기를 타면 주어진 에너지로 더 빨리, 더 멀리, 그리고 더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크로필름의 개발도 잘 진행되면 2000 페이지 정도의 성경 한 권을 가로 세로 각 5 cm 정도의 필름 한 장에 담을 수 있다. 고분자를 합성하는 중합반응을 더 빨리 진행시키는 연구도 활발하다. 만약 중합반응을 몇 분의 일 초 만에 끝낼 수 있다면 여러 가지 응용이 가능하다. 우선 대규모 섬유공장이 필요 없다. 양장점에 여러 가지 무늬와 색깔과 디자인의 옷을 입은 모델들을 두고, 손님들이 그 모델 중의 어느 것을 요구하면 양장점 기술자는 곧 발포 폴리스티렌으로 손님과 체격은 물론 피부색깔까지 꼭 같은 마네킹을 만들고, 재단사는 고분자 단량체(monomer)에 적당한 첨가제를 가하여 분무기로 손님이 보는 앞에서 바로 그 손님에게 꼭 맞은 옷을 만들 것이다.
식품첨가제도 세포막을 통하여 인체에 흡수되지 않고 배설될 정도로 분자량이 큰 합성고분자물질로 바꿀 수 있다. 플라스틱으로 인공장기를 만들 때는 살아 있는 조직의 단백질처럼 수소결합을 가지도록 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실례로 미국에서 처음 인공심장을 삽입한 환자가 약 두 달 후에 죽은 것은 인공심장이 단백질과 달리 수소결합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보고가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의 피부처럼 물이 달라붙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용성 합성고분자인 폴리비닐피롤리돈은 대용혈장으로서 세계 제2차 대전 때부터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했으며, 한방에서 지혈제로 쓰이는 오징어 뼈는 그 주성분이 키틴이라는, 분자량 50만 정도의 아미노 다당류 고분자인데, 키틴은 혈액 속의 단백질과 반응하여 침전하므로 지혈효과를 나타낸다. 당뇨병 치료제나 안약같이 인체에 투여한 약이 오랫동안 조금씩 스며나오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이것을 어떤 형태로든 고분자화 시켜 물에 녹는 성질을 줄이고 서서히 녹아 나오도록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합성고분자는 아직도 생명이 없는 개념이며 생명의 신비는 영원히 인간이 풀 수 없는 하나님의 것이다.
4. 콘크리트 이야기
우리의 주변을 둘러보면 많은 양의 콘크리트가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건물의 구조체, 전주, 도로 포장, 철도침목, 터널, 댐, 교량, 방파제는 물론 사일로와 압력용기를 만드는 데도 사용된다. 콘크리트는 그 재료인 시멘트, 물, 모래와 자갈의 값이 싸기 때문에 대량으로 쓰이고 있으며, 지진이나 불 등에도 잘 견디고 방음효과도 좋아서 주택건설 등에 애용되고 있다. 콘크리트의 재료에 착색안료를 넣어 여러 가지 자유로운 색깔을 내기도 하고 기포를 많이 만들어 물에 뜨는 콘크리트도 개발하였다. 물을 잘 흡수할 수 있는 다공질의 투수성 콘크리트로 도로 등을 포장하면 도시의 기온과 습도의 조절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외에도 방사성 물질 등의 차폐용으로 필요한 중량콘크리트, 유동성이 아주 좋은 콘크리트, 방수콘크리트와 폴리머콘크리트 등은 잘 알려진 것들이다.
우주여행을 해서 달에 도시를 건설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자. 우선 필요한 것이 콘크리트인데 이것을 지구에서 가져가려면 운반비가 너무 비싸다. 시멘트의 주원료는 점토와 석회석인데 이들을 구성하는 규소, 알루미늄, 칼슘, 철 등은 달의 암석에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모래와 돌은 달의 암석으로 만들 수 있으므로 물만 해결하면 월면콘크리트의 생산이 가능하다. 물을 구성하는 산소는 달 표면의 산화물에서 얻을 수 있으므로 가장 가벼운 수소만 지구에서 가지고 가면 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문제는 달 표면에는 공기가 없으므로 콘크리트가 너무 빨리 양생되기 때문에 지구에서 양생한 콘크리트 대신에 물속에서 양생하는 방법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
5. 신소재에 도전한다
헬륨을 압축하여 절대온도 4도로 냉각하면 액체가 된다. 이 액체헬륨을 이용하여 수은을 냉각하면 4.2K 근처에서 저항이 급격히 사라져서 초전도체가 되는데 초전도체는 단순히 저항만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초전도체 내부의 자기장을 밖으로 내보내는 자기반발효과도 있음이 알려졌다. 초전도체 위에 자석을 두면 자석의 자기장이 초전도체 내부에 침투하는데 초전도체는 자기장을 배척하는 성질이 있으므로 자석은 초전도체 위에 떠 있게 된다. 이 성질을 이용하여 자기부상열차를 만들면 서울과 부산을 40분 만에 주파할 수 있게 되고, 의학에서도 자기공명영상(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을 이용하여 뇌나 간의 내부구조를 알아낼 수가 있다. 최근에는 비교적 값이 싼 액체질소를 이용할 수 있는 고온초전도체가 개발되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소분자는 액체나 고체가 되어도 전기저항이 매우 큰 절연체이다. 양자역학적 계산에 의하면 고체수소에 높은 압력을 가하면 금속이 될 것이라고 예언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은 이 실험에 성공하지 못하였고, 최근에 성공한 실험으로는 액체수소에 140만-180만 기압의 압력을 섭씨 3,000도 정도에서 1천만 분의 1초 동안 유지한 정도이다. 이 짧은 동안에는 액체금속수소의 전기저항이 매우 작아서 알칼리 액체금속의 저항과 비슷한 값이라는 보고가 나왔다. 물을 고분자화하면 인공위성 등에 사용할 수 있는 물성이 매우 좋은 물질이 될 것이라는 예언이 있었다. 말하자면 녹지 않는 얼음이 되는 것이다. 이것을 쓰면 공해를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부서져도 물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물의 고분자화는 양자역학적 계산에 의하여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6. 환경과 인간
화학의 급속한 발달과 함께 지구의 환경은 위기로 치닫고 있다. 지구 생명체의 보호막인 오존층이 파괴되고, 지구의 온난화로 기후변화, 기상이변과 육지수몰을 초래하고 있으며, 산성비는 지구의 생태계를 질식시키고, 지구를 초토화시키는 사막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물 부족과 수질악화의 심화, 미래의 마지막 희망인 바다의 오염, 쓰레기의 폭발적 증가와 질의 악화, 인류의 미래까지도 위협하는 생물 종의 멸종 등 환경문제가 지구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옛날 동식물 기름과, 나무나 풀을 태우고 남은 재가 섞여 있는 것을 우연한 기회에 세탁에 사용한 것을 기초로 인류는 유지 비누를 개발하였고, 다시 비교적 생산 원가가 싼 합성세제를 많이 생산하게 되었다. 그러나 합성세제가 하천 등에 들어가면 수면에 거품 층을 만들어 공기 중의 산소가 물속에 녹아 들어가는 것을 방해하므로 물속에 사는 물고기 등의 호흡이 곤란해진다. 따라서 빨리 분해되는 세제도 개발되고 있다. 더 바람직한 방법은 가능한 한 폐식용유 등을 이용하여 만든 유지비누로 합성세제를 대체하는 것이다. 유지비누는 미생물에 의하여 쉽게 분해되기 때문이다.
온 세계에서 생산되는 모든 DDT, BHC 등의 살충제는 결국 바다 밑에 축적되어 언젠가는 바다를 죽게 만들고, 바다가 죽으면 마침내는 생태계가 파괴되어 지구 전체가 죽음의 세계로 변해 간다. 이들은 안정한 화합물이어서 저절로 분해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살균제, 살충제나 쥐약 등의 유독성 농약은 빨리 분해되는 성질을 가지도록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DDT는 인체에도 해로운 것이 판명되어 이미 생산을 금지하였다. 농약을 쓰지 않고도 병충해에 잘 견디는 우수한 작물을 개발하여 생산과 방역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슬기로움이 간절히 요청된다. 근래 우리나라의 임업육종연구소 형질전환연구실은 국내 임업자원의 고부가가치 창출과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썩는 천연 플라스틱을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수종개발 연구가 성공단계에 들어갔다고 발표하였다. 기존 현사시나무에 유전자를 주입해 개발된 새로운 수종의 잎과 줄기를 건조시킨 뒤 이를 유기용매에 용해시키면 분해성 플라스틱이 된다고 한다. 이 분해성 플라스틱이 대량생산되어 석유화학 플라스틱을 대체하게 되면 환경오염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7. 에덴동산에서 사람의 책임과 자유와 한계
자연은 인간존재의 모체이며 삶의 터전이다. 인간은 공기와 물과 흙과 같은 환경의 은혜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 환경에 대한 인간의 의존성을 바로 인식하고 환경용량의 범위 내에서 자제하는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윤리 규범이다.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외치던 루소의 음성은 오늘날의 우리들에게도 좋은 귀감이 될 것이다. 따라서 에너지 분야에서도 몇 년 전까지는 값싼 에너지가 주된 관심사였으나 근래에는 깨끗한 에너지가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깨끗한 녹색도시, 정원도시라고 불리는 싱가포르는 이런 관점에서 우리나라보다 앞선 것으로 판단된다. 뉴질랜드의 밀포드 사운드 트랙은 자연 생태계를 엄중히 보호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숲 속을 며칠 동안 걸어도 인간의 손에 전혀 때 묻지 않은 원시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땅이라고 불리고 있다.
창세기 2:15-17에 의하면 여호와 하나님께서 아담을 데려다가 에덴에 있는 이 동산을 돌보게 하시며 이렇게 이르셨다: “이 동산에 있는 나무는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따먹어라.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만은 따먹지 말아라. 그것을 따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는다.”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사람(Adam)에게 에덴동산을 돌보게 하셨다.(창세 2:15) 사람은 지구와 우주의 모든 환경을 깨끗이 관리하고 보존해서 보다 편리하게 더 오래 살고 또 후손에게 더 좋은 에덴동산을 물려주어야 할 책임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에게 책임만 주신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따먹으 라고 자유도 주셨다.(창세 2:16) 그러나 자유에는 한계가 따라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만은 따먹지 말라고 한계를 정해 주셨다.(창세기 2:17) 우리는 사람의 한계 안에서 맘껏 자유를 누리며 사람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는 풍성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