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신동수 (계명대 교수, 화학공학, synnds@kmu.ac.kr) 저
나를 믿는 사람은, 성경이 말한 바와 같이, 그의 배에서 생수가 강물처럼 흘러나올 것이다. ("He who believes in Me, as the Scripture said, 'From his innermost being shall flow rivers of living water.'") - 요한복음 7:38
‘그’는 믿는 자가 아니라, 예수 자신을 가리킨다. 즉, 예수 자신이 생수의 원천으로 언급된다. 이 구절은 생명의 피와 구원의 물이 흐르는 예수의 십자가 상 죽음과 부활한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성령에 관한 언급과 같은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물은 사람과 동식물의 생명보존과 유지를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물질이다. 사람은 물만 마셔도 일주일 이상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빵과 더불어 물은 사람이 생명을 지탱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것이라고 이해해 오고 있다. 창세 21:14에는 아브라함이 하갈과 이스마엘을 내보낼 때 ‘먹을거리 얼마와 물 한 가죽부대를 주었다.’고 기록하고 있으며, 출애굽기 23:25에는 “너희는 주 너희 하나님 나만을 섬겨야 한다. 그러면 내가 너희에게 복을 내려, 빵과 물을 주겠고, 너희 가운데서 질병을 없애겠다.”고 기록하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나아가 물은 목욕, 세탁과 정결의식 등을 위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성경에는 우물(창세기 21:30, 29:2-8, 요한복음 4:11-12), 웅덩이(역대하 26:10, 예레미야 2:13)와 못(사무엘하 2:13, 이사야 7:3, 요한복음 5:2-7)에 대한 기록이 있다. 이스라엘 백성이 일차적으로 사물을 깨끗하게 하는, 용제로서의 물의 고유한 특성을 형이상학적인 의미로 확대시킨 것은 고대 근동의 일반적인 개념, 곧 물은 종교의식에서 사람을 정결하게 만드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레위기 16:4) 구약에서 가장 기본적인 정결의식은 옷을 빨고 저녁때까지 기다리는 것을 포함한다.(레위기 15:5-27, 16:26-28) 사물이 극도로 부정하게 된 경우에는 생수(흐르는 물)를 사용함으로써 정결하게 하였다. 계속해서 흐르는 생수는 항상 새로워지며 결코 썩지 않기 때문이다.(레위기 11:32-36)
우주론적으로는 ‘노아가 육백 살 되는 해의 둘째 달, 그 달 열이렛날, 바로 그 날에 땅속 깊은 곳에서 큰 샘들이 모두 터지고, 하늘에서는 홍수 문들이 열려서, 사십 일 동안 밤낮으로 비가 땅 위로 쏟아졌다.’(창세기 7:11-12)라고 하여 노아의 홍수에 의해 지구의 환경이 급변한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신약에서의 물은 그리스도인들의 세례(사도행전 8:36-39, 히브리서 10:22, 베드로전서 3:20)와 세례 요한의 회개의 세례(마태복음 3:11, 마가복음 1:8)에 나타난다. 세례는, 이 세상으로부터 거듭난 자들이 공동체로 옮겨가는 변화의 시작을 나타내는 의식이며 그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정결의식과 관련이 있다. 물의 상징성은 특히 이러한 의식과 잘 어울린다. 세례는 물에 잠기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여기에서 물은 땅속 깊은 곳의 물을 연상시키며, 따라서 죽음을 상징하고 있다. 그 후에 다시 물에서 나오게 되는데, 이것은 새로운 삶의 출발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양수로 가득 찬 자궁으로부터 한 아기가 새로 태어나는 것과 같다.(요한복음 3:4-5, 로마서 6:3-4, 골로새서 2:12)
신약에서 물과 관련된 가장 복합적인 상징은 요한복음에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요한복음에서 물은 여러 사건의 초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세례사건 이외에도 물을 포도주로 변하게 하신 표징(요한복음 2:7-10, 4:46), 니고데모와의 대화(3:5),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4:7-15), 베데스다 못 가에서 한 병자를 고치심(5:3-7), 명절의 마지막 날에 하신 말씀(7:38), 제자들의 발을 씻기심(13:5),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와 물(19:34) 등 일곱 이야기가 요한복음에 나온다. 목마른 자에게 값없이 주시는 생명의 물은 요한계시록 21:6, 22:1, 17절 말씀에도 나온다.
또 나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다 이루었다. 나는 알파며 오메가, 곧 처음이며 마지막이다. 목마른 사람에게는 내가 생명수 샘물을 거저 마시게 하겠다. (And He said to me, "It is done. I am the Alpha and the Omega, the beginning and the end. I will give to the one who thirsts from the spring of the water of life without cost.) - 요한계시록 21:6, 표준새번역
천사는 또, 수정과 같이 빛나는 생명수의 강을 내게 보여 주었습니다. 그 강은 하나님의 보좌와 어린 양의 보좌로부터 흘러 나와서, 성령과 신부가 "오십시오!" 하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을 듣는 사람도 또한 "오십시오!" 하고 외치십시오. 목이 마른 사람도 오십시오. 생명의 물을 원하는 사람은 거저 받으십시오. - 요한계시록 22:1,7, 표준새번역
세포의 원형질(protoplasm)은 70-85%가 물로 되어 있다. 체중이 70kg인 성인의 몸에는 40 L의 물이 들어 있어서, 질량의 57%가 물이다. 갓난아기의 몸은 75%가 물인데 열 살이 되기까지 가장 많이 줄어들고, 그 이후에도 조금씩 줄어들어서 성인이 되면 57%에 이르며, 비만의 경우에는 물의 함량이 45%까지 감소한다. 인체는 살아 있는 동안 계속해서 물과 음식을 먹고, 공기를 호흡하고, 불필요한 물질들을 배출한다. 인체의 생리학적 반감기를 두 달 정도로 잡으면, 일 년 만에 만난 친구는 98.4%가 다른 물질과 이야기하면서도 일 년 전과 똑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지구에 있는 물질 중에 물과 공기가 가장 값이 싸다. 생명 유지에 가장 필요한 자원이므로 값이 싸도록 하나님이 배려해 주신 것이다.
이동현상에서는 물을 비롯한 유체의 운동량, 열과 물질의 전달이 꼭 같은 수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이들을 함께 공부한다. 인체는 지구에 존재하는 가장 완벽한 화학공장이므로 공학자들은 인체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물은 인체의 주성분이고, 용제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또한 바다, 호수와 강으로 지구 표면의 75%를 덮고 있어서 지구의 날씨변화를 주도한다.
일반적인 물질은 온도가 내려갈수록 밀도가 높아지지만, 물은 4℃에서 밀도가 가장 크므로 얼음이 물 위에 떠서 이불처럼 따뜻하게 물을 덮어준다. 이것은 물속의 생물을 위한 하나님의 크신 배려이다. 만약 얼음의 밀도가 물보다 커서 연못이나 강의 밑바닥부터 얼어붙는다면 물속에 사는 물고기 등의 모든 생물들은 한 해 겨울도 나지 못하고 죽어버릴 것이다.
물은 그 성질이 매우 독특한 물질이다. 이것은 물 분자의 수소 원자와, 다른(allos, another) 물 분자의 산소원자가 서로 끌어당기는 수소결합 때문이다. 그래서 물이 없는 다른 행성에 과학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물의 비점이 -80℃, 빙점이 -100℃이고, 지구에는 물이 기체 상태로 존재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물의 비점은 정상적인 물질에 비해서 180℃, 빙점은 100℃나 높다. 또한 물(H2O, 분자량 18)과 가장 비슷한 암모니아(NH3, 분자량 17)로 된 바다가 있는 행성에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암모니아의 빙점인 -77.7℃를 0도로, 비점인 -33.4℃를 100도로 택했을 것이다. 그들은 수증기에서, 우리가 느끼는 재래식 변소의 지독한 냄새가 난다고 할지도 모른다.
생수는 H2O 덩어리(cluster)로 존재한다. 또한 산소도 녹아 있다. 살아 있는 물을 끓이면 이 덩어리가 깨져 버리고 녹아 있던 산소도 없어진다. 따라서 학자들은 물을 끓이지 말고 그냥 마시라고 말한다. 기체, 액체, 고체가 공존할 수 있는 물의 삼중점은 온도 +0.0099℃와 압력 0.0060 기압이다. 액체와 기체의 구별이 없어지는 온도와 압력을 임계점(critical point)이라 한다. 물의 경우 임계점은 알려져 있으나, 액체와 고체의 구별이 없어지는 온도와 압력은 아직도 알려져 있지 않아서, 이것을 찾으면 노벨상 후보가 될 것이라 한다.
또한 물을 고분자(plastics)로 만들기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말하자면 녹지 않는 얼음을 만드는 것이다. 이론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물을 고분자화 했을 때의 물성이 매우 좋은 것으로 예언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부서져도 물이니까 공해가 전혀 없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인공장기를 만들려고 하면, 수소결합이 있어서 물이 붙을 수 있는 고분자로 만드는 것이 좋다. 그래야 인체에서 거부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물 학회가 있어서 물에 대해 열심히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도 물은 인류에게 그 본성을 다 드러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