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종교
신동수 (계명대 교수, 화학공학, synnds@kmu.ac.kr) 저
우리는 과학과 종교(기독교)가 모순이어서 서로 배타적이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 사실 종교적인 어떤 부분은 현대의 과학으로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범주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의 생각으로는 종교적인 상당한 부분이 과학과 일치하며, 옛날에는 전혀 설명할 수 없던 부분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나씩 둘씩 과학적 언어로 설명가능해지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에서는 그 중에서 두세 가지만 간단히 설명하려 한다.
열역학에는 제1법칙과 제2법칙이 있다. 제1법칙은 우주의 질량에너지(mass-energy)가 일정하여 증가하지도 감소하지도 않는다는 유한법칙이다. 제2법칙은 자연변화의 방향에 관한 것으로 다분히 운명론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 모든 자발적 변화에는 어떤 방향이 있다는 것이다. 쉬운 예를 몇 가지 들면, 열은 온도가 높은 데에서 낮은 데로 흐르고, 기체는 압력이 높은 데에서 낮은 데로 새어나가며, 기체나 액체는 가만히 두면 서로 섞이게 되어 있고, 염은 물에 녹지만 용액은 저절로 염과 물로 분리되지 않으며, 바위는 풍화작용으로 부서지고, 쇠는 녹슬게 마련이고, 공부해서 기억하고 있는 것은 당연히 잊혀지며, 목욕해도 다시 때가 끼고, 청소해도 먼지는 쌓이고, 사랑과 영원을 다짐해도 인간의 결심은 무너지게 마련이고, 사람이란 늙어 죽게 되어 있다는 등이다. 그 변화의 방향은 한결같이 질서와 조화에서 무질서와 혼돈으로 향하고 있다.
이 제2법칙은 19세기 말에야 과학적 언어로 정립된 예외 없는 법칙인데 재미난 것은 구약시대 다윗 왕이 이미 이 법칙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다윗 왕이 밧세바를 불러 간통하고 그 남편 우리아를 죽게 만들었을 때 하나님은 나단을 보내어 다윗과 밧세바 사이에서 불륜으로 태어난 아들이 죽을 것이라고 예언하셨다. 다윗은 그 아들을 살려달라고 금식하고 기도하며 맨 땅에 누워서 잠을 잤지만 그 아들은 일주일 뒤에 죽고 말았다. 그렇게 식음을 전폐하고 슬퍼하던 다윗이, 자기 아들이 죽었음을 알게 되자 바로 일어나 목욕을 하고 몸에 기름을 바르고 옷을 갈아입고 성전으로 들어가 주께 경배하였다. 신하들이 다윗왕의 이런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자 다윗은 “나는 그에게로 갈 수 있지만 그는 나에게로 올 수 없소.”라고 대답하였다(삼하 12:23). 이것은 다윗 왕이 열역학 제2법칙의 선구자임을 증명하는 말임에 틀림없다. 살아 있는 사람은 죽게 마련이지만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날 수 없다는 변화의 방향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가나안으로 인도해 가는 과정에서 여리고 성의 함락 사건은 매우 유명하다. 전투를 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이 엿새 동안 그 성 주위를 날마다 한 번씩 돌고, 이레째 되는 날에는 성을 일곱 바퀴 돈 다음 제사장들이 숫양 뿔 나팔을 한 번 길게 부는 것을 신호로 백성이 모두 큰 함성을 지르라는 하나님의 명령(수 6:5)에 순종하자 그 견고하던 여리고 성벽이 단번에 무너져 내렸다.
이 사건은 미분방정식의 강제진동 부분에서 공명(resonance)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물체에 주어지는 진동의 주파수가 그 고유주파수(natural frequency)에 접근하면 공명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집 앞의 도로에 자동차가 어떤 속도로 달리면 건물 전체가 심하게 흔들리는 수가 있다는 것은 우리가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공명현상 중의 하나이다. 미국의 유명한 타코마 대교(Takoma Bridge)가 이런 이유로 무너진 후 공학도들은 모든 설계에서 이 공명현상을 이길 수 있도록 설계를 강화하였다. 혹시 춤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리듬에 맞추어서 여러 쌍이 동시에 흔들 때 건물 자체가 무너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이런 현상을 그 옛날 여호수아가 알았을 턱이 없다. 하나님이 시키는 대로 무조건 순종한 것뿐인데, 하나님께서는 수천 년 뒤에 물리학자들이 세울 이론들을 미리 아시고 여호수아에게 이 방법을 가르쳐 주신 것이다.
유기화학을 공부하면 알코올의 탈수반응에서 세이체프 규칙(Saytzeff rule)이라는 것이 나온다. 알코올 분자에는 여러 개의 수소원자가 있는데 그 중 어느 수소 원자가 떨어져 나가서 물 분자가 되느냐 하는 문제인데, 재미난 것은 수산기(-OH)가 붙은 탄소 양쪽에 있는 탄소 원자 중에서 수소원자가 적게 붙은 쪽의 수소원자가 떨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가진 사람에게는 더 주어서 넘치게 하고, 없는 사람에게서는 있는 것마저 빼앗을 것이라는 말씀(마 25:29)의 좋은 실례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제는 그 아이가 죽었는데, 무엇 때문에 내가 계속 금식하겠소? 내가 그를 다시 돌아오게 할 수가 있겠소? 나는 그에게로 갈 수 있지만, 그는 나에게로 올 수가 없소. - 사무엘하 12:23절
제사장들이 숫양 뿔 나팔을 한 번 길게 불면, 백성은 그 나팔 소리를 듣고 모두 큰 함성을 질러라. 그러면 성벽이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그 때에 백성은 일제히 진격하여라. - 여호수아 6:5절
가진 사람에게는 더 주어서 넘치게 하고, 갖지 못한 사람에게서는 있는 것마저 빼앗을 것이다. - 마태복음 25:29절
(For everyone who has will be given more, and he will have an abundance. Whoever does not have, even what he has will be taken from him. - Matthew 25:29, NI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