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주 하나님
신동수 (계명대 교수, 화학공학, synnds@kmu.ac.kr) 저
태초에 하나님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 하나님이 커다란 바다짐승들과 물에서 번성하는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그 종류대로, 날개 있는 모든 새를 그 종류대로 창조하시니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다. 하나님이 당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셨으니,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셨다. 하나님이 그들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다.(창세 1:1, 21, 27)
영어는 스물여섯 자로 되어 있고 한글은 스물 넉 자로 되어 있다. 히브리어는 aleph, beth, gimel, daleth, ... 등의 스물 두 자로 되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자음뿐이고 모음은 점으로 표시하고 있다. 글자는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써나가며, 3인칭 단수 과거가 동사의 기본형으로 되어 있다. 구약 성경에는 히브리 문자의 순서에 따라 한 절씩, 또는 몇 절씩을 시작하는 아크로스틱 시(acrostic poem)가 많이 있다. 성경의 장들 중에서 절수가 가장 많은 시편 119편은 한 문자로 8절씩을 써서 모두 176절로 되어 있고, 예레미야 애가는 1장에서 4장까지 각각 22, 22, 66, 22절로 되어 있다. 시편에는 이런 아크로스틱 시가 여러 편 들어 있고 잠언도 끝 부분은 이런 구조로 되어 있어 히브리어의 독특한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
어떤 점에서 히브리어는 영어보다 우리말에 더 가까운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사람’을 나타내는 히브리어 ‘adam’과 ‘남자’를 나타내는 ‘ish’라는 말은 전혀 다른 단어로 되어 있는데 영어에서는 ‘man’이란 말로 구별이 되지 않는다. 여자는 ‘isha’라는 단어로 되어 있다. 창세기 1장에 나오는 ‘그가 창조하셨다’(bara = he created)는 말씀은 ‘만들었다’(made)는 말씀과는 확실히 구별해야 할 것이다. ‘만들었다’는 말씀은 이미 있는 어떤 재료에 변화를 주었다는 뜻이고, ‘창조했다’는 말씀은 ‘없는 것’[無]에서 어떤 것을 처음 만드신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다.
창세기 1장에는 창조하셨다는 말씀이 다섯 번 나온다. 1절에서는 물질(mass-energy)의 창조를 이야기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원리에 의하면 물질과 에너지는 본래 같은 것이어서 물질이 에너지로, 에너지가 물질로 변화할 수 있으며, 이것을 이용한 것이 오늘날의 핵에너지이다. ‘천지’(heaven and earth)에서의 땅은 물질을 대표하고 있다. 또한 일반상대성원리에 따르면 물질의 양이 우주공간의 크기와 곡률을 결정하고, 물질의 변화가 시간의 흐름을 결정한다. 물질이 없으면 우주공간은 크기가 0인 한 점으로 축소되어 버리고, 변화가 없으면 시간은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1절의 태초는 시간의 창조를, 천지에서의 하늘은 공간의 창조를 의미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가 발표되기 수천 년 전에 성경을 쓰던 히브리인들은 이미 영감으로 상대성원리를 꿰뚫어보고 있었다.
21절에서는 생명(life)의 창조를 설명하고 있다. 생명은 물질이나 에너지로부터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생명의 창조는 하나님의 사역이시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생명의 존엄성에 대하여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27절에서는 영(spirit)의 창조를 설명하고 있다.
1절과 21절에서는 ‘창조’라는 말을 한 번씩만 썼는데 27절에서는 세 번이나 썼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하셨다.’는 말씀을 두 번이나 강조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영혼을 가진 인간의 창조가 물질이나 생명의 창조에 비해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엿볼 수 있다. 인류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영혼을 가진 존재로서의 존귀한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다고 했다. 남자와 여자는 창조의 범주이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오늘날 수술에 의해 성전환 하는 것이 불가함을 알려준다. 성전환수술을 받아 성행위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생식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임신한 후 몇 개월 이내에 무슨 약을 먹으면 틀림없이 아들을 낳는다는 등의 선전도 틀린 것임을 알 수 있다. 남자가 되고 여자가 되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의 사역이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의 사역에 거역하려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도록 더욱 주의해야 할 것이다.
20세기를 살다 죽은 사람 중에 가장 머리가 좋고 가장 많은 책을 읽었다는 영국의 사학자 토인비(Arnold Toynbee) 박사는 일생의 연구를 총 정리한 저서 ‘역사의 연구’(A Study of History) 제 10권 결론 편에서, 우주의 역사를 설명하는 데는 3차원 공간과 시간을 합쳐 4차원으로 충분하나 생물의 역사를 설명하려면 여기에 생명(life)을 더해 5차원, 인류의 역사를 설명하려면 여기에 다시 성령(Spirit)을 더해 6차원이라야만 설명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를 주관하시는 분은 성령이란 뜻이다. 한평생 역사를 연구한 석학의 결론이 창세기 1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얼마나 재미난 사실인가?
우리는 물질(mass-energy)과 생명(life)과 영(spirit)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크신 뜻과 깊으신 지혜를 이해하고, 자연과학의 상당한 부분이 성경말씀과 잘 일치하고 있음을 바라보면서 일생을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 성령께서 함께 하시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우주의 물질 중에서 생명을 가진 생명체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그리고 수많은 생명체들 중에서도 영을 가진 우리 인간이 얼마나 존귀한 존재인지 우리는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아직까지 성경과 과학이 모순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는 것은 물질과 생명과 영을 바라보는 우리의 지식과 지혜와 영감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성서와 과학, 야누스인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