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하나님의 은혜
노아와 그의 가족들은 가장인 노아의 인도대로 방주에 탔습니다. 사실 방주로 들어오라고(come) 하신 분은 하나님 자신이셨습니다. 동물들도 암수 한쌍씩 방주를 찾아왔습니다. 이제 모든 것이 준비되었을 때 하나님이 방주의 문을 닫으셨습니다. 노아와 가족들은 방주의 문이 하나님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닫혀졌는지 보았을 것입니다. 그것은 잠시 후면 하염없이 쏟아질 빗속에서 죽어 가는 사람들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음성에 대한 자책감을 면해주려는 하나님의 배려였습니다. 방주의 문이 닫히고 아직 비가 오지 않는 7일 동안도 구원의 기회는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비가 내리기 7일 전에 문을 닫으셨고, 그동안 사람들은 방주에 태워달라고 사정하기는커녕, 노아와 그의 가족들을 놀렸을 것입니다. 비가 내리기 7일 전에 문이 닫혔습니다. 7일 전에...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 7일 동안 노아와 가족들은 더 없는 행복을 맛보았습니다. 120년을 기다린 그 날이 이제 다가오고 있습니다. 밖에서는 방주를 만드는 데에 동원된 인부들이 그들을 놀려댑니다. 노아에게서 받은 풍족한 임금으로 잔치를 벌입니다. 안주삼아 그의 가족들을 놀려댑니다. 그런데도 노아와 그의 가족들은 평온합니다. 그들과의 분리가 시작된 것입니다. 방주 안의 사람들은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7일을 기다립니다. 방주 밖의 사람들은 7일 뒤의 일을 부러 잊으려 하고 그 날이 오늘과 같다고 여기고 싶어합니다. 그러면서도 노아가 반복해서 외치던 설교가 떠올라 그것을 잊으려 술을 마십니다. 그리고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려워 사람들이 모입니다. 방주 곁으로...
7일이 지나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노아의 말이 생각납니다. 눈으로 보지 못하고 말로만 듣던 일들이 이제 눈앞에서 벌어집니다. 생전 처음으로 비라는 것을 맞아봅니다. 그런데 그 비가 그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지붕 위로, 어떤 사람들은 높은 산으로 도망을 갑니다. 당시에는 그리 높은 산도 없었지만, 천하의 높은 산이 15규빗을 덮입니다. 이제 세상의 모든 곳이 물로 뒤덮여 지상의 모든 생물이 다 죽었지만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방주는 높이가 30규빗인데, 그 안에 내용물들이 있어서 반 정도가 물에 잠겼을 것입니다. 이제 방주는 어느 곳을 다니더라도 바닥이 땅에 닿을 염려가 없습니다.
방주가 일년여의 항해 끝에 드디어 아라랏산지에 다다랐을 때, 노아와 그의 가족은 즉시 방주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방주에서 57일을 기다려 땅이 굳은 다음에 내렸습니다. 그동안에 하나님은 사람과 동물들을 권념(remember)하셔서 땅에 바람을 불게 하시고 급속히 땅이 마르게 하셨습니다. 노아와 그의 가족은 이제 굳은 땅위에 내려섰습니다. 그들이 밟고 선 땅 속에는 대격변을 증거해 줄 화석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제부터 새하늘과 새땅에 살기 전까지는 심음과 거둠과 추위와 더위와 여름과 겨울과 낮과 밤이 쉬지 아니할 것입니다. 홍수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지만, 그것 또한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이 땅에 너무 정붙이고 살지 말라는 하나님의 배려입니다. 그리고는 하나님의 언약의 무지개를 보여주십니다. 하나님은 노아의 대답을 기대하시지 않고, 하나님의 언약을 주셨습니다. 다시는 물로 심판하지 않으시겠다고... 그것은 무조건적 사랑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바벨탑을 쌓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