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젖은 낙엽
지난 주말에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훼밀리 아파트 주차장은 화단에 나무가 많아서 하루밤 사이에 낙엽이 차에 많이 떨어졌습니다. 약간의 비가 온 터라 낙엽이 차 본네트에 찰떡같이 달라붙었습니다. 토요일 오후에 수원 간다고 차를 빼는데 낙엽이 달라붙어 있어서 어머니는 그것을 떼 준다고 차에 가까이 붙어서 본네트 위로 손을 뻗쳤습니다. 차를 빼면서 차바퀴가 어머니 엄지발가락을 살짝 건드리는 조그만 사고가 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주일날 경산으로 내려오고 오늘 수요일까지도 낙엽 뗀 자리가 그대로 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마치 발에 진흙 묻은 강아지가 본네트 위를 휘젓고 다닌 듯한 모양입니다.
차 위에 붙어서 잘 떨어지지 않는 낙엽을 보며 50대 후반의 남자들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남자가 나이 들면 이사갈 때 조수석에 강아지를 안고 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귀찮아지면 버림받을 수도 있는 존재가 50대 후반이라고 합니다. 마치 비 젖은 낙엽처럼 쓸모도 없는 것이 한번 달라붙으면 잘 떨어지지도 않고 귀찮은 존재입니다.
베이비부머의 첫 번째 해에 태어나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경쟁력이 치열한 시절을 부대끼며 지내다가 40대에는 IMF를 겪으며 많은 사람이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고, 모아둔 돈이 없어서 자녀의 결혼을 위해서는 그동안 모아온 전 재산을 자식의 전셋집을 얻는데 투자하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이 없어서 미래가 불확실해 지는 세대. 그들이 비 젖은 낙엽의 신세로 남아 있어야 하는가?
의식적으로라도 활기를 찾아야 하겠습니다. 7080 복고풍에 편승이라도 해야 되겠습니다. 은퇴 후에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안살림이라도 꿰 차야 하겠습니다. 100세 시대에 부부가 함께 가려면 아내의 격려가 필요합니다. 힘든 세월동안 고생 했으니 이제는 쉬어도 좋다는 위로가 필요합니다. 비 젖은 낙엽을 보고 저처럼 우울해지지 말자는 상념에 젖어봤습니다.(2012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