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몇일 전에 휴대폰을 번호이동 했습니다. 통신사가 같고 전화기만 바꾸는 경우에는 USB를 통하여 데이터를 옮기기도 하고, 블루투스를 이용해서 옮기기도 했는데, 통신사가 달라서 전화번호 주소록을 컴퓨터에 옮겼다가 다시 휴대폰으로 가져왔습니다. 이전에 사용하던 것과 같은 종류의 앱들도 새로 다운받아서 깔고 페이지들을 정리했습니다. 통신사를 옮기는 작업이 차근차근 진행되던 중, 이번에 바로잡고 싶었던 것이 있었습니다. 지난번에 휴대폰을 구입할 때 매장에서 임의로 내 이메일 주소를 입력했는데 그것도 성이 다르게 입력하여 항상 맘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실제로 사용하는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고 무엇인가를 동기화 했더니 이전 폰의 전화번호부와 구글에 있는 이메일 주소록이 휴대폰에 모두 떠서 주소록이 지저분해 졌습니다.
핸드폰의 주소록은 이미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터라 다시 정리하려고 핸드폰에 있는 주소록을 삭제하고 다시 컴퓨터에 있는 주소록을 옮겨왔더니 주소록이 깨끗해졌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구글에 있는 이메일 주소록이 모두 없어져버렸습니다. 주소록이 동기화가 되어 있어서 핸드폰에서 주소를 지울 때 컴퓨터상의(정확히는 구글 내의) 이메일 주소가 다 없어진 것입니다.
이메일 주소들이 목숨과 바꿀 정도로 귀중한 것은 아니어서 주소록을 새로 수집해야 하는 불편함만을 아쉬워하기는 했지만, 내가 왜 그런 실수를 했을까 하는 자책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내 인생은 결국 리셋이 아닌가 하는 묵상을 했습니다. 이생에서 이루어온 업적이나 하다만 일들, 더 해야할 일들 등을 싸가지고 무덤으로 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생에서 열심히 살다가 하나님이 오라 하시면 모든 것을 놓고, 오직 하늘에 쌓은 것만 가지고 가야 합니다. 이번 기회에 인생의 리셋에 대해 더 생각하며 앞으로의 삶을 계획하자는 생각입니다.
전자계산기나 전자시계 같은 것에 리셋 기능이 있듯이 인생에도 리셋 기능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쌓아가기만 하면서 살 수는 없습니다. 가끔은 이렇게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정리하며 살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시 수집하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살다가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 꼭 필요한 주소만 수집을 하고 나머지는 그냥 답장 수준으로 지내려 합니다. 세상과의 관계는 단순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인생의 후반부를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사라진 이메일 주소록과 함께 새롭게 출발합니다.(2012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