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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바디로서 여성의 몸에서 프로젝트화 된 여성의 몸까지


유지나,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 교수

영화평론가, 파리7대학 문학박사(영화기호학전공), 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 졸업

대한토목학회지 제54권 제9호(통권 317호), 2006. 9. pp.121-124


몸의 역사로서 영화자본주의


영화는 연극이나 춤처럼 탄생부터 인간의 몸(창조자의 몸이라기보다는 재현체의 몸이라는 측면에서)과 함께 했다. 최초의 대중공개 영화로 기록된 프랑스 뤼미에르 형제의 <기차의 도착>(1895)에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움직이는 물체(기차)와 함께 움직이는 인간군상의 몸이었다.


이후 테크놀로지라는 기계장치의 발달과 함께 하는 영화의 역사는 대자본의 투자가 개입되면서 산업화되었고, 투자보다 더 큰 수익을 목표로 하는 자본의 논리는 가장 위험부담이 적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선다. 여기에서 인간의 몸을 상품화시키는 전략이 등장하는데, 흔히 그것은 인간의 몸에 관한 미학적 재현이라는 목적 내지 명분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것은 또한 영화가 산업적 생산물이자 예술표현 매체라는 태생적인 이중적 속성이 상업주의와 가부장적 시선의 결합으로 작용해 빚어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다가 영화가 탄생한 19세기 말의 시대 정서는 몸의 해방을 대중적으로 구가하는 일련의 조짐들의 시초이기도 하다. 정신과 육체의 우월함에 가위눌린 중세 기독교의 신학적 세계관에 기댄 몸의 부정과 몸을 죄악시하는 과거 전통에서 벗어나 인간 몸에 대한 자유로운 표현을 시도할 수 있게 된 근대 이후의 사회적 분위기에서 영화가 자본의 논리를 몸의 해방으로 펼쳐 나간 시대적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것이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공적 영역에서의 몸에 관한 표현은 각 사회의 도덕적 종교적 관습적 규칙에 따라 엄격히 금기시되기도 한다. 바로 이 금기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곡예를 부림으로써 사람들에게 금기 위반이라는 대리충족의 대가로 영화는 대중성을 확보하게 된다. <<주 : 할리우드에서 배꼽의 표현이 금지된 시절, 할리우드에선 여배우들에게 가슴을 가리고 배꼽을 보석으로 치장한 여배우의 상반신 노출이라는 표현방법을 개발해서 인기를 끌었다. (데스먼드 모리스, 과학세대옮김. <맨워칭: 인간 행동을 관찰한다>, 342-366쪽, 까치, 1996)>>



에로티시즘(이라는 명분)과 여성 몸의 물신화


영화작가이자 전천후 예술가인 장 꼭또는 “영화가 존재하는 한 에로티시즘도 존재한다”는 말을 남겼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에로티시즘을 구현하는 미학적 명분 하에 가장 먼저 상품화/물신화 된 것은 여성의/여배우의 몸이란 점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고전 영화의 여성연기자는 몸을 사용하는 연기력이라는 몸의 아우라적 측면보다는 몸 자체가 재현하는(남성의 성적 욕구를 자극하는) 에로틱한 느낌이 매우 뛰어난 존재들이다.


1910년대 할리우드의 스타 시스템이 낳은 최초의 대스타로 기록되는 메리 픽포드에서부터 1930년대의 그레타 가르보에 이르기가지만 해도 여스타의 이미지란 주로 얼굴의 아름다움과 거기서부터 파생되는 신비한 느낌에 집중되었다. 특히 세속적인 느낌에서부터 해방된 천상의 신비로움을 가졌다는 가르보의 얼굴 클로즈업 쇼트는 이후 남성 감독의 이성(여성)에 대한 환타지가 개입된 내밀한 여배우의 클로즈업 쇼트에 관한 전통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다가 여배우의 신비한 얼굴이 몸으로 넘어가는 본격적인 계기는 성적인 표현의 한계가 확장되는 40년대 할리우드의 매 웨스트 시대 이후이다. 비록 옷을 걸친 몸이긴 했지만 숨을 쉬기에 불편할 정도로 가슴 밑과 허리를 꽉 조인 올인원 스타일의 코르셋과 걷기 힘들 정도로 굽이 높은 하이힐이 스크린 속 여배우들이 애용하는 의상이 되면서 여성의 몸이 부풀기 시작한다. 이러한 여성/여배우 몸의 물신화를 에로티시즘이라는 미학적 명분으로 삼아 영화에서 시도할만한 예술적 표현행위로 간주하는 것은 영화자본주의의 끈질긴 관습이 되어 할리우드를 추종하는 전 세계에 전파된다. 올해 개봉한 <원초적 본능 2>, <밴디다스> 등에서 드러나듯이 일급 여배우를 내세운 이 영화들은 그녀들의 몸매를 - 당연히 가슴과 허벅지 중심 - 아슬아슬하게 보여주는 이미지 전시 게임으로 영화보기 욕망을 추동해 낸다. 그 속에서 내러티브는 그것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도구적 존재가 되어 결국 이야기 재미로서의 영화의 맛은 실종되고, 위 두 편 모두 흥행에서도 실패한다.


은밀하고도 노골적인 여배우 몸의 전시


한국 영화에서 여배우 몸의 노골적인 묘사가 영화보기의 핵심을 구성하게 된 것은 80년대 이후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관능적인 몸매와 아리따운 얼굴이 여배우 선발의 기준이었고 여배우의 몸을 눈요기거리로 보여주는 카메라 시선은 은밀하게 존재해 왔지만 노골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카메라가 아예 여배우 몸의 특정부위를 비롯한 전 신체의 성애화를 표상하는 얼굴 - 특히 부풀고 벌린 입술 - 과의 조화에 클로즈업을 내주는 과감성은 소위 말하는 3S 정책의 시대인 80년대의 ‘그늘진 자유화’ 덕에 가능해진 섹슈얼리티 표현 검열 완화와 엇물려 있다.


통행금지 해제 심야영화 1호작 <애마부인>은 큰 가슴 여배우 계보를 안소영, 오수비, 김부선 등으로 세워 나가고, ‘정윤희 - 장미희 - 유지인’이라는 마지막 트로이카 계보에서 정윤희가 가장 에로틱한 배우로 등극한다. 선우일란은 큰 가슴과 토속적 외모로, 이보희는 큰 가슴 대신 늘씬한 다리를 페티쉬로 도입하며 도시형 에로를 대표하게 되고, 이 모든 것은 전천후 에로배우 대접을 받는 능동적 현대형 강리나로 통합된다. 그 와중에 연기파 배우인 이미숙도 <뽕>에서 엉덩이 흔들기로 에로 기호화되면서 이 영화의 시리즈화와 코믹 토속 에로의 장을 이후 대중화된 비디오에 열어준다.


민주화 과정이 진척된 90년대, 3S의 후예인 포스트 88세대에게 이제 몸의 욕망을 억압하는 것은 위선적인 일이 되고, 비디오의 일반화로 탈일상적 포르노적 몸에 대한 관음은 비디오 영역으로 빠져나간다. 그러면서 몸의 욕망화가 대중화, 일상화되면서 영화뿐만 아니라 온갖 영상 미디어에 등장하는 여성 연예인들에게 섹시함은 가장 추구해야할 미덕이 되고, 그들 중 일부는 누드집 촬영으로 인기를 꾀하는 경향이 인터넷 붐과 함께 탄생한다.



이중적 식민지로서 영성의 몸(관리?)


상미디어의 원천인 영화에서 TV와 디지털 멀티미디어 이미지로 넘어가는 몸의 이미지는 여성 몸(특히 누드나 누드를 연상시키는 성애화된 몸)의 다양한 상품화의 통로를 시장 속에 깔아간다.


크리스 쉴링이 말하는 ‘프로젝트로서의 몸’은 이미지산업이 주도하는 이미지 문화 속에서 성형산업, 미용산업, 건강을 내세운 헬스 다이어트산업 등을 증폭시키면서 몸만들기를 일상적 프로젝트로 만들어버린다. 때로 그것은 건강, 웰빙문화 속에 묻히기도 하지만 타고난 대로의 몸, 체질대로의 몸은 이제 보여지는 몸, 즉 타인의 시선의 욕망을 자극하는 몸만들기에서 열풍을 불러일으킨다.


성형공화국이라는 치명적인 칭호로 불리우는 이 땅에서 이제 미용성형은 TV에 나와 버젓이 자긍심 상승효과 때문에 필요하다는 식의 담론, 성형을 정직하게 밝힌 연예인이 인기를 끄는 성형일상화로 특히 여성을 중심으로 퍼져나간다.


서구형의 커다란 쌍커플만들기, 코 높이기, 턱 깎기를 비롯한 얼굴 윤곽 작게 하기, 가슴 확대, 가늘고 늘씬한 다리, 그 외 섬세하게 몽골리안적이거나 아시아인다운 인종학적 특징을 지워내면서 서구형으로 대체하기 등등...<<주 : 서편제의 오정혜가 쌍커플 없는 전통미인을 보여준다는 사실로 사랑을 받은 것은, 다른 여배우들의 외모적 특성이 전통 미인형과 반대라는 점을 확인하게 해준다.>> 이런 성형은 서구형 미인추종과 섹시하게 되기라는 두가지 방향성을 보이는데, 더 깊은 차원에서 서구적인 것과 섹시함은 백인 섹슈얼리티 판타지를 가진 문화식민적 속성이란 점에서 하나가 되어 돌아간다. “(문화)식민주의가 낳은 최악의 범죄는 사람들이 가진 건강하고 존엄한 자긍심을 폄하시키면서, 그들로 하여금 어떤 이유에서건 서구 문화, 서구적 가치, 서구적 기술이 자신의 것보다 우월하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라는 세이두 셀의 지적(남-남 관계를 다룬 <도시의 개발>이라는 보고서에서)은 이 부분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주 : Joost Smiers, Arts under pressure, Zed books, London, 2003, 113쪽>>


‘서구형 섹시 여성’이라는 이상형을 추종하며 자신의 몸을 재구성하는 여성 연예인들의 성형붐은 일반인의 성형붐의 역할모델 노릇까지 한다. 게다가 여기에서 또 다른 핵심 요인은 누구의 시선을 위한 것인가? 라는 문제이다. 온갖 매체에 등장하는 성형 선전물은 겉으로는 자신이 보는 자신의 모습으로 되찾은 자긍심을 떠들지만, 과연 그 자신의 시선은 누구에 의해 길들여진 것이며, 누구의 거울 앞에 선 자신의 모습인가를 다시 질문해 봐야 한다.


여성의 고학력화와 양성평등적 제도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남성주체에 식민화된 여성의 타자의식과 식민적 자아분열적 증상은 여전히 지속/가속화 된다, 여전히 사회적 주체, 통일된 전체로서의 인격적 주체로 여성을 대하는 시선은 부족하며, 여성 자신 스스로 자신의 주체화를 몸의 변형을 통해 이루려는 ‘나 아닌 것이 됨’으로써 성취하는 허상적 자긍심은 식민적 사이비 주체의 슬픈 타락이다.


섹시함으로 어필하는 여배우판에서 연기파 배우로 입지를 다진 문소리도 <여고수의 은밀한 매력>에서 S자 라인 섹시녀로 분하면서 ‘나도 알고보면 섹시해요’의 질서에 통합되고, <싱글즈>에서 당당한 독신 여성으로 인기를 끌고, <청연>에서 야심찬 비행사로 열연한 장진영도 어쩔 수 없이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서 룸싸롱 아가씨가 되어 가슴을 드러내고 S자 라인을 드러내면서 이미지 변신에 나선다. 성형으로 비슷해진 여배우들 중에서 눈에 뜨이게 독특한 외모를 가진 강혜정조차도 특우의 각진 얼굴 윤곽이 사라져 버렸다. 인터넷에서는 거의 모든 여자 연예인들이 성형을 한 증거를 보여주는 성형전후 사진이 떠돌고, 성형외과의 홍보용으로 연예인에게 공짜 성형을 해준다는 기사도 나돈다. 어떤 이는 연예인의 성형이 우리에게 무슨 피해를 주느냐고 하지만, 자기 아닌 것이 되기로 확보하는 정체성 파괴와 사이비 자긍심 유포는 자기 부정적 식민주체의 옹호와 양산이란 현상과 깊은 관계를 갖는다. 


그리하여 비슷하게 닮아가는 서구형 섹시연예인들이 넘치는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은 두겹(서구와 남성)의 식민적 피해자로서 서구지향적, 남성시선 지향성에 맞추어 자신의 몸을 재구성하는 프로그램으로부터 어떤 태도를 가질 것인가, 라는 존재론적 위기에 직면한다. 그런 위기의식은 ‘자기 아닌 것이 되기’라는 프로그램을 해체하고 자긍심화복과 증진프로그램을 만들어냄으로써 극복되어야 한다. 연예인 따라하기를 이용한 가짜 명품 빈센트 엔코시계 사기극이 보여주듯이 자기다움과 반대되는 멋져보이는 남 따라하기는 허영기 충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공허한 사기극으로 풀려나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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