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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18 23:16

한밤의 전화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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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전화벨


몇 년 전 미국에 가기 전에 갑자기 전화를 하나 더 놓게 되었습니다. 0005번이 좋은 번호라고 누가 임시로 맡겨놓은 것을 제가 부탁하여 얻었습니다. 미국에 갈 때는 이전에 쓰던 번호 4107은 폐지하고, 0005는 정지를 시켜놓고 갔습니다. 1년 뒤 귀국한 후부터는 0005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전에 학회 등 여러 명부에 4107번이 알려져 있어서 혹시 그쪽으로 나를 찾는 전화가 많이 오는 것이 아닌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이전 번호로 전화를 해서, 혹시 나를 찾거든 새로운 번호인 0005번을 알려주면 고맙겠다고 하고, 언제 식사를 한번 사겠다고 했습니다. 현재 4107번을 사용하고 있는 새 주인과의 첫 통화는 그럭저럭 예의를 갖추고 끝났습니다. 안 그래도 나를 찾는 전화가 많이 왔었다고 합니다.


그 덕에, 옛날 전화번호로 걸었더니 그 사람이 새 번호를 가르쳐주더라고 하는 사람이 꽤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현재 4107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다짜고짜 화를 내면서 나를 찾는 사람이 새벽 2시에도 전화를 하고 해서 도대체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 시간에 몰상식하게 전화를 건 사람은 내가 아닌데, 나를 찾는 전화라고 내게 화를 내고 있습니다. 나로서는 내가 아는 모든 사람에게 광고해서 옛날 번호로 밤늦게 전화를 하지 말라고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 그쪽 사람도 대책이 없으니 괜히 내게 화풀이하는 것입니다. 그 사건은, 그 집 주소를 물어서 우체국 택배로 선물을 하나 보내주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지금 저희 집에도 잘못 걸린 전화가 상당히 많이 옵니다. 한동안은 석유집이냐고 묻기도 하고, 무슨 카 오디오집이냐고 묻기도 했는데, 가장 많이 걸려오는 것은 호출택시를 찾는 전화입니다. 사랑대 호출이라는 호출 택시 회사의 번호가 저희 집 전화와 국번호 끝자리 하나만 다릅니다. 어김없이 잘못 걸려오는 때는 금요일 밤이 지나고 토요일 새벽 두세시경입니다. 금요일 밤늦도록 술집에서 술을 마신 손님을 위해 술집 아가씨가 택시를 호출하는 전화입니다. 저는 옛날의 경험도 있고 해서 한밤중에 택시 찾는 전화를 받고도 화를 내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호출 택시의 국번호를 정정해 주고 있습니다.


그것이 즐거운 일은 아닙니다. 금요일 밤마다 치러야 하는 괴로운 행사입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대책이 전화를 끄고 자는 것입니다. 안방의 무선전화기는 스위치를 끄고, 거실의 유선전화기는 벨소리를 죽이고 자동응답기만 돌아가게 합니다. 그것은 매일 밤 제가 관리하는 일종의 문단속입니다. 그리고는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전화기를 푸는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잠잘 때 전화기를 끄고 자지 않습니다. 금요일 밤에는 어김없이 걸려오는 잘못 걸린 전화를 감수하고서도. 혹시나 아들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를 놓칠까봐. 언제나 아들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시는 하나님이 이미 아버지의 본을 보여주셨습니다. 나도 이제 미세하나마 그분을 본받습니다.(2002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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