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신비 (14) 페로몬
정계헌 (순천향대학교 생명과학부 명예교수, 전 한국창조과학회 회장)
동물 사회에서는 개체 간에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 생존에 필요한 생체리듬이나 행동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신호의 전달은 가까운 거리에서는 소리로 하거나 몸짓으로 하는 경우도 있으나, 많은 경우 원근을 막론하고 화학물질로 신호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동물 개체간에 신호전달을 위하여 이용되는 극소량의 화학물질을 페로몬이라고 합니다. 이 물질은 호르몬과는 달리 체외로 배출되어 강력한 작용을 하는 까닭에 베티(Bethe, 1932)는 호르몬과 구별하기 위하여 엑토호르몬(ectohormone)이라고 불렀습니다. 칼손과 부테난트(Karlson and Butenandt, 1959) 그리고, 칼손과 뤼셔(Karlson and Lüscher, 1959)는 이 물질이 호르몬과는 작용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엑토호르몬 보다는 페로몬(pheromone)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제안하여 요즘에 부르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페로몬에 관하여는 곤충들을 대상으로 많은 연구가 되어왔습니다. 페로몬은 그 작용에 따라 ‘생리변화 페로몬’과 ‘행동유기 페로몬’으로 크게 구분할 수가 있습니다. 생리변화 페로몬을 한 개체가 후각기관을 통해 받으면 벌, 개미, 메뚜기 같은 사회성 곤충에서 볼 수 있는 계급의 분화 현상이나 생식능력의 억제 같은 복잡한 생리적 변화를 일으킵니다.
여왕개미와 왕개미(수컷)의 분화는 성 결정에 의해 나누어지지만, 여왕개미와 일개미는 완전히 같은 알에서 성충으로 자람에도 불구하고, 성장과정에서 전혀 다르게 분화가 일어납니다. 여왕개미는 자신에게 먹이를 가져오는 일개미에게 상으로 먹이를 하사합니다. 이것을 감지덕지 받아먹은 일개미들은 사실상 암컷이면서도 평생토록 난소가 발육되지 않아 결국 알을 낳아보지도 못하고, 일생동안 일만하다 생을 마치게 되는 어찌 보면 비극의 주인공들이 됩니다. 이토록 생리적으로 완전히 어떤 변화를 유도하는 것을 생리변화페로몬이라고 합니다.
행동유기 페로몬은 이를 받는 개체의 어떤 행동이 곧바로 변하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 변화는 페로몬이 소실되기 전에 작용되고, 군집형성, 길 안내, 경보, 교미의 자극, 억제 및 성유인 등에 관여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교미를 끝낸 암컷 파리는 “난 임자 있는 몸이야!” 하는 교미억제 페로몬을 내서 다른 수컷파리들이 덤비지 않도록 합니다.
어떤 정찰개미가 외적을 만났을 경우에는 즉시 이를 알리는 경보페로몬은 발산합니다. 그러면 순식간에 좀 멀리 떨어져 있던 개미마저 바쁘게 움직인다든가 흩어지며 경계활동을 하게 됩니다.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곤충들인 매미, 노린재, 파리, 벌, 딱정벌레 등의 종들은 집합페로몬과 분산페로몬을 이용하여 “모여라! 헤어져라!” 를 명하여 한 때 큰 무리를 이루기도하고, 들에 헤어져 각자의 삶을 살기도 합니다. 흰개미나 나비, 또는 벌 종류들은 자기가 지나간 길을 기억나게 하기 위해서거나, 다른 동료들에게 알리기 위하여 길잡이 페로몬을 냅니다. 그래서, 숲속에서 가끔 이들의 장사진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가끔 토픽뉴스가 되는 메뚜기들 떼들은 어느 때에 메뚜기들이 집합페로몬을 발산하여 대지에 흩어져 살다가 모여 떼를 이루고, 이것들이 성숙페로몬을 많이 발산하여 군집을 이룬 개체들의 성숙을 촉진하여 산란과 성숙이 빨라지도록 하여 개체수를 늘여가며, 대지를 이동하면서 곡창지대를 황폐화시킵니다. 이런 메뚜기 떼들도 어느 시점에 와서 분산해야 할 때에는 분산페로몬을 발하여 군집을 이루었던 개체들이 제각각 흩어지게 됩니다. 이로 인해 들에는 다시 평온이 찾아오게 됩니다.
이러한 행동유기 페로몬은 곤충뿐만 아니라, 동물계에서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흥미로운 페로몬입니다. 특히 성유인 페로몬에 대하여 좀 더 음미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모든 동물들은 생식철이 되면 숲속이나 깊은 산 속이나 넓은 들에서 또는 물 속에서 고독한 생활을 하던 동물들까지도 일시적으로 공동생활을 하며 후손을 이어가는 생식활동을 하게 됩니다. 이들이 그 넓은 공간에서 낮이거나 밤이거나 가리지 않고, 자기의 짝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토록 신비한 능력을 가진 것이 곧 성유인페로몬(sex pheromone)입니다. 모든 동물들의 암컷들이거나 때로 수컷들은 생식철이 되면 발정을 하게 되는데, 이때 이성을 유인하는 물질인 페로몬을 공기 중에 발산합니다. 대개가 발산하거나 아니면 나무나 풀에 때로는 흙에라도 묻혀 놓기도 합니다.
그곳을 지나가던 동물이 그곳 주변에 자기 짝이 있음을 알게 되어 결국 서로가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누에나방의 암컷은 성 유도 물질인 봄비콜(bombykol)을 분비하는데, 이것은 공기 중에 낮은 농도로 희석되어 사방으로 퍼지게 됩니다. 그러면, 멀리 있는 수컷의 촉각에 특별히 봄비콜에 반응하도록 만들어진 약 4,000개나 되는 후각 수용기에 다다르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수컷은 (실험에 의하면) 밤중에 4 킬로미터 밖에서도 암컷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는 시행착오도 없습니다.
봄이 되면 따듯한 날 많은 동물들이 페로몬을 내며 짝을 찾습니다. 이 페로몬들은 우리가 사는 도심의 공기 중에 있게 됩니다. 그러나, 이 페로몬에 반응하여 흥분되어 날뛰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은 새삼스럽게 다행스러운 일로 느껴지는 사실입니다. 페로몬을 동종만이 감지할 수 있다는 엄격한 질서가 피조물들의 오늘이 있도록 한 것입니다.
[기도] 많은 동물들에게 그들만의 통신수단으로 쓰이는 페로몬을 허락하시어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종류를 보전 시켜주심을 감사 드립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