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람한 소나무의 최후
김경태 지음 (포항공대 교수, 분자신경생리학, ktk@postech.ac.kr)
세계에 내 놓아도 자랑할 만하다는 금강산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름다운 산세는 그 명성에 걸맞은 것이었다. 기묘한 형상의 빼어난 바위 봉우리들과 구룡폭포 아래로 흘러내리는 골짜기의 수정같이 맑은 물, 그리고 산봉우리들을 울타리로 삼아 그림처럼 떠 있는 삼일포 호수는 미인의 수줍은 눈망울을 연상하듯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그런데 금강산을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띄고 인상 깊었던 것이 쭉쭉 뻗은 소나무 숲이었다. 우리나라의 산을 가보면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나무가 소나무지만 금강산의 소나무는 굵고도 곧게 솟아 있어 기품이 있어 보였다. 그래서 이 산에 있는 소나무를 금강송이라고도 하고 또한 미인송이라고도 부르는데 반듯하고 훌륭한 재질을 가져 예전에 궁궐을 짓는데 귀하게 사용되었다고 한다. 집의 정원이나 야산, 그리고 해변 가에서도 우리는 소나무를 쉽게 볼 수 있어 소나무야 말로 우리나라의 대표 수종이라 할 수 있다. 포항공대 동문 곁의 우람한 소나무도 나무기둥이 묘하게 꼬여 있어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소나무 숲에 비상이 걸렸다. 경남 지방을 중심으로 소나무에 기생하여 자라는 재선충이 발생하여 소나무가 말라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재선충에 감염이 되면 1년 이내로 90%의 나무가 죽고 나머지 10%도 2년 내로 죽는다. 소나무로서는 치명적인 병이다. 재선충은 길이가 0.6-1.0mm 정도의 작은 실 같은 벌레로서 나무에서 수분과 영양분이 뿌리로부터 올라가는 길, 즉 수관부에 기생하면서 물과 영양분을 차단하기 때문에 나무로 하여금 말라 죽게 만든다. 재선충에 감염되면 6일 만에 묵은 잎이 아래로 처지고, 감염 후 20일이 지나면 잎이 시들어지며 새로운 잎도 아래로 처지면서 서서히 고사하고, 30일 후에는 완전히 말라버린 솔잎들이 아래로 떨어진다. 아무리 건강한 나무라도 한번 걸리면 죽게 되는 소나무의 에이즈로 불리는 무서운 병이다. 소나무 껍질에 서식하는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 등이 매개하여 재선충을 옮기는데 이를 막는 방법은 감염된 나무를 소각하거나 또는 훈증처리하고, 항공방제를 이용해 매개하는 곤충을 죽이는 방법밖에 없다.
지난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빠른 속도로 확산돼 지금까지 모두 57만 그루의 나무가 감염돼 고사했다. 경남 지방에서 시작하여 경주, 포항까지 피해가 확대되고 있어 우리나라 전역의 소나무가 전멸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수백 년의 세월을 이기고 그 동안의 온갖 풍상을 견뎌내며 꿋꿋하게 살아 온 소나무지만 실처럼 작은 벌레 앞에 꼼짝없이 당하고 있다. 폭설이 내리거나 강풍이 불어 닥쳐 나무를 때리고 또는 벼락을 맞을 지라도 죽지 않고 살아남아 사시사철 푸른 잎을 자랑하며 살아 온 소나무가 보잘 것 없이 약해 보이는 조그만 곤충에 의해 쓰러지고 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에 의해 지치고 쓰러질 수 있다. 사람마다 완벽하지 않으므로 강점이 있는가하면 약점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의 약점을 자꾸 거론하고 그 약점을 부풀리며 깎아 내리면 받은 상처로 인해 힘을 잃어버리는 경우를 본다.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을 하던 사람도 자신을 헐뜯는 말이 들려올 때 의기소침해지고 날개 꺾인 새처럼 두려움에 싸이고 만다. 이렇게 사람의 허물을 들추고 얘기하는 것은 소나무에 재선충이 감염된 것과 같이 그 사람으로 하여금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주저앉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를 성찰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는 남을 보고 판단하는 눈은 잘 개발되어 있다. 그것도 다른 사람의 장점을 보기 보다는 단점을 보는 쪽으로 잘 발달되어 있다. 그래서 남의 흉을 보며 얘기하는 것을 들을 때, 흥미진진하게 생각하고 이에 대해 함께 맞장구를 친다. 그러면 서서히 그 사람을 죽이는 일이 된다.
성경의 잠언 11장 13절에 “두루 다니며 한담하는 자는 남의 비밀을 누설하나 마음이 신실한 자는 그런 것을 숨기느니라”고 했다.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다른 사람의 약점을 얘기하고 퍼뜨리는 사람을 멀리해야 하고 우리도 이런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신앙을 가진 우리는 하나님 아버지를 모시고 있는 믿음의 식구들이다. 가족의 한 사람이 잘되는 것을 배 아파하고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나 자신의 가족은 각자가 하는 일에서 성공하며 다른 사람으로부터 칭찬 받기를 원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자신의 가족에 대해 험담을 하면 듣기 싫고 화가 난다. 마찬가지로 신앙으로 한 가족이 된 우리는 형제와 자매가 되었고 서로가 잘 되기를 바라며 기도해야 한다. 육신적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 간에 약점을 용납하고 허물을 덮어주며 서로 사랑하는 것은 누구나 하는 일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지고 믿음의 큰 가족을 바라볼 수 있기를 원한다. 믿음의 큰 가족은 주님께서 우리의 죄 값을 치르기 위해 십자가에서 흘리신 보혈로 맺어진 가족이다. 그렇기에 더 귀한 가족들이다. 우리는 각자가 가진 강점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자신의 눈에 있는 들보는 외면하고 형제의 눈에 있는 티를 보고 떠들면 곤란하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비판하면 우리도 같은 비판을 받을 것이고 다른 사람을 헤아리면 그 헤아림을 우리 자신도 당할 것임을 성경은 말하고 있다. 사람마다 주님께서 주신 은사가 있다. 은사를 발굴하고 이를 활용하여 주님의 일에 열심히 봉사하며 가정이나 사회에서 자신이 맡은 일들을 통해 선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서로 세워줌이 필요하다. 형제의 즐거움에 기쁨으로 동참하여 함께 축하하며, 형제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무거운 짐을 나누어지는 일이 필요하다. 우리가 애국가의 2절을 노래하면서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라고 부른다. 오랜 세월 풍상에도 거뜬하게 견디어 온 소나무의 기상처럼 든든히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의 약점을 들추기 보다는 각자가 자신이 가진 은사와 강점이 발휘될 수 있도록 서로에게 바람막이 울타리가 되면 좋겠다. 믿음의 형제들끼리 서로 버팀목이 되어 의지하며 이해하는 사회가 된다면 참으로 살맛나는 세상이 될 것이다.(출처 : '과학으로 하나님을 만나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