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의 보고, 김치
김경태 지음 (포항공대 교수, 분자신경생리학, ktk@postech.ac.kr)
김장 때 우리 집은 식구가 많지 않아 김치를 많이 담그지 않기 때문에 아내는 같은 교회에 다니는 이웃의 집사님 가정과 함께 배추와 무를 공동으로 사고 함께 작업을 했다. 배추를 다듬고 갖은 양념을 버무려 김장을 만드는 동안, 함께 했기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 없이 오히려 즐겁고 아름다운 교제가 이루어졌다.
김치를 식품과학적으로 살펴보면, 신선한 채소를 오래 저장하는 방법으로 유익하고 동시에 여러 영양분을 보강하여 발효시킴으로 독특한 맛을 내는 발효기술의 멋진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산수가 깨끗하고 아름다워 물이 넉넉하며 청명한 기후를 가지기 때문에 다양한 채소가 생산될 뿐만 아니라 채소의 조직이 연하고 향과 맛도 뛰어나다. 그런데 4계절이 뚜렷한 기후로 인해 겨울철에는 채소가 나지 않고 저장도 어려워 건조를 하거나 소금에 절이는 등 가공에 남다른 슬기가 필요하였다. 그래서 겨울철에도 채소를 먹기 위해 김치를 만들어 먹었다. 김치는 발효저장법을 통한 식품으로서 겨울철의 낮은 온도를 이용하여 냉장 보관할 수 있으므로 오랫동안 먹을 수 있도록 고안 되었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농경사회에서 탄수화물 외에는 결핍되기 쉬운 비타민과 각종 미네랄을 채소를 통해 섭취하게 되는데 겨울 동안은 김치를 통해 가능하도록 하였다.
김치는 배추나 무뿐만 아니라 산이나 들에서 나는 각종 산나물과 들나물로도 만들어 지방에 따라 독특한 종류의 김치가 있고 김치의 종류만 하더라도 수십 가지나 된다. 야채를 묽은 농도의 소금으로 절이면 채소가 가지고 있는 자가효소나 유산균의 발효 작용으로 아미노산과 젖산 등이 만들어지는 숙성 작용이 일어난다. 그리고 유산균이 김치에서 자라면 병원성 미생물이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건강에 유익하다. 김치발효에 관여하는 유산균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며, 김치 발효의 초기에는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Leuconostoc mesenteroides)라는 균이 작용하여 김치를 알맞게 익혀 준다. 이 때 덱스트란 (dextran)이라는 식이섬유를 만들어내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깍두기 김치가 숙성되면서 표면에 끈적끈적한 물질이 생기는데 이것이 바로 덱스트란이다. 덱스트란은 인체에 전혀 해롭지 않고 소화와 변비에 효과가 있다. 그리고 발효가 진행되면서 발효의 중기와 후기에 이르면 락토바실루스 플란타룸(Lactobacillus plantarum)이라는 유산균이 작용하여 다른 해로운 균을 사멸시킨다. 그리고 이때는 젖산을 너무 많이 만들기 때문에 김치를 시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유산균의 작용으로 발효된 김치에는 요구르트와 거의 같은 양인 1g 속에 8억 개의 유산균이 들어 있다. 그래서 우리의 장을 튼튼하게 하고 배변을 돕는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김치에는 30여종의 균이 살고 있으며, 외부의 온도나 습도, 숙성 정도에 따라 유산균의 비중이 달라진다.
김치의 유산균은 섭씨 5℃에서 50일까지 계속 증가하며, 이후에는 급격히 감소한다. 그래서 50일 정도 숙성된 김치가 제일 맛있고, 영양분도 가장 풍부하다. 또한 김치는 젓갈을 섞어 발효를 시키기 때문에 젓갈에서 공급되는 미네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그리고 김치에는 고추, 마늘, 생강, 조미료 등에 들어있는 여러 종류의 성분이 더해져 더욱 풍부한 영양을 가지게 된다. 고춧가루에는 지방을 연소하는 캡사이신(capsaicin) 성분이 들어 있는데 캡사이신은 몸의 대사기능을 높여 지방의 축적을 막으므로 다이어트에 좋다. 그리고 최근에는 캡사이신이 진통효과가 있음을 확인하였고 제 연구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혈구 세포에서 활성 산소의 생성을 억제하므로 염증반응을 조절할 수 있음도 알게 되었다.
또한 고춧가루에는 사과의 25배나 되는 비타민 C가 함유되어 있어 우리 몸에 환원력을 보강시켜 주므로 세포들의 노화를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마늘에는 알린(alliin)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마늘을 갈아서 음식에 넣게 되면 효소 작용에 의해 알리신(allicin)으로 변하여 살균작용을 가지게 되며, 또 공기 중의 산소로 인해 산화되어 마늘의 독특한 냄새를 갖게 하는 휘발성의 다이알릴 설파이드(diallydisulfide)가 만들어진다. 이런 마늘의 성분들은 혈중의 지방이나 혈압을 저하시키는 효과와 아울러 항응고 효과 및 항산화 작용을 가진다. 또한 생강에는 쇼가올(shogaol), 진저롤(gingerol)과 같은 독특한 매운 성분이 있어 혈액의 흐름을 좋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도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산다. 채소 같은 사람, 매운 맛을 내는 고추 같은 사람, 독특한 냄새를 만드는 마늘과 생강 같은 사람, 짭짤한 젓갈 맛을 내는 사람 등, 성향과 출신과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살아간다. 여러 재료들이 발효되고 숙성되어 김치가 만들어지듯이 우리가 속한 사회나 공동체에서도 여러 계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며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 연출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모자이크로 이루어진 큰 그림이 있다. 조각들을 하나씩 떼어내 들여다보면 별 볼품이 없을지라도 이들을 모아 적절한 위치에서 자기의 색깔을 내게 할 때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그림이 완성된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다양한 색깔의 사람들이 서로 모여 힘을 합하고 선한 뜻을 이루어 나갈 때 주님 안에서 아름답고 멋진 그림이 이루어질 것이다. 믿음의 사람들이 사회의 이질적인 다양한 사람들을 어우러지게 하며 조화롭게 하는 역할을 감당한다면 그리스도인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김치는 우리의 밥상에 매끼마다 올라오더라도 지겹지 않고 보이지 않으면 오히려 허전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어떤 요리와 함께 있더라도 어울릴 수 있고 우리의 입맛을 즐겁게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우리가 속해 있는 가정이나 직장에서 야단스럽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존재로 살아가기를 원한다. 우리가 있음으로 인해, 분열이 일어나기 보다는 일치하게 되고, 다투기 보다는 화평케 되고, 미움과 무관심보다는 따뜻한 사랑이 있고, 비겁함보다는 용기가 주어지기를 원한다. 서로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면서 사랑과 관심으로 서로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 줌으로, 함께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내는 아름다운 세상을 기대해 본다.(출처 : '과학으로 하나님을 만나다' 중에서)